청중들의 매너/전경화 공연기획가·미추홀예술진흥회대표(굄돌)

청중들의 매너/전경화 공연기획가·미추홀예술진흥회대표(굄돌)

전경화 기자 기자
입력 1992-05-15 00:00
수정 1992-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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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나는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외국 연주자의 독창회에 갔다.출입문이 닫히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프로그램의 첫 곡은 차이코프스키가 지은 6곡의 가곡이었다.연작가곡 형식의 음악이므로 곡마다 음역이 다르기 때문에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안 치는 것이 연주자에 대한 예의이다.

그러나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청중들이 계속 박수를 치는 통에 음악이 연결될 수가 없었고 연주자는 당황하여 청중을 향해 겸연쩍은 인사를 했다.훌륭한 무대 매너와 아름답고 서정적인 목소리의 소유자인 그이지만 재능발휘가 제대로 안 됐으리라 생각된다.또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무지한 수십명의 청중들이 입장하여 무대에서는 연주가 진행되고 있는 데도 자기 좌석을 찾아 좌우를 왔다 갔다하여 너무 놀랐다.그들은 맨앞줄까지 유유히 걸어가서는 자기 좌석이니 당장 일어나라고 앉아 있는 사람에게 소리를 지르기까지 했다.나는 너무 창피하고 속상하여 도저히 이대로는 음악을 감상할 수가 없었다.안타까운 마음에 나는 조용히 장내 질서를 바로잡기 시작하였다.자기 좌석을 찾으려고 왔다 갔다하는 사람들을 가까운 번 좌석에 앉히고 입을 손가락으로 가리며 정돈시켰다.한국에서 처음 연주회를 갖는 외국 연주자들에게 이 무슨 국가 망신일까? 특히 외국의 유명 연주가나 연주단체가 공연을 할 때면 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비싼 입장료와 질 낮은 청중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연주가 시작되기 전에 연주 감상에 대한 올바른 태도를 방송으로 안내한다.그리고 출입문은 중간에 열어 주지 말고 한 악장이나 한 곡이 끝났을 때 열어 주되 무대감독과 객석매니저의 무전으로 교신하여 약간의 시간을 두어 청중들이 착석한 다음 연주자를 무대에 설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연주자가 최선을 다하여 연주에 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 연주자에 대한 청중들의 예의일 것이다.

그리하여 청중은 훌륭한 연주가가 주는 예술적 신실함을 흠뻑 느끼게 되고 진한 감동이 오랫동안 우리 마음에 남게 될 것이다.
1992-05-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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