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수의 오버 헤드킥] 대전·경남의 아름다운 승부

[정윤수의 오버 헤드킥] 대전·경남의 아름다운 승부

입력 2008-05-08 00:00
수정 2008-05-08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프랑스의 축구영웅 미셸 플라티니는 “두 팀 모두 완벽한 경기를 펼치면 점수는 0-0이다.”라는 말을 했다. 너무나 단순한 말이지만, 이 놀라운 단순성은 그 화자가 플라티니라는 점에서 미묘한 환기력을 가진다. 이 말은 역설이다. 왜 점수가 나고 승패가 발생할까? 누군가는 실수를 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도 “축구는 실수의 경기다.”라고 말했다. 이 말이 실수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자는 뜻은 아니다. 인간이 신이 아닌 다음에야 실수는 나오기 마련. 문제는 그 실수를 어떻게, 얼마나 줄이느냐가 바로 축구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훈련과 전술, 팀워크, 정신력 등이 총체적으로 결합돼 ‘실수’라는 악마와 싸워보는 것이다. 이기고 지는 건 어쩌면 그 다음 문제다.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할 수 있지만, 그 실수를 줄이기 위해 그라운드에서 심장이 멎도록 뛰어다니는 것 자체가 아름다운 일이다.

지난 4일 대전월드컵경기장. 홈팀 대전과 원정팀 경남이 맞붙었다. 이 경기는 지난 주말에 펼쳐진 K-리그 8라운드 경기 가운데 가장 재미있다거나 상대적으로 비중이 큰 경기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경기가 의미 있었던 건 두 팀 선수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실수’라는 거대한 악령과 필사적으로 싸웠기 때문이다. 실수 때문에 골을 헌납했지만, 또 상대방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결승골을 잡아냈던 드라마였다.

특히 두 사령탑의 미묘한 인연 때문에 더 흥미로웠다. 대전의 김호 감독과 경남의 조광래 감독은 90년대 중반 수원에서 함께 일했고, 권한의 이양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조금 파인 적이 있었다. 이는 조 감독이 안양(현 서울FC)을 맡음으로써 K-리그 사상 가장 뜨거운 혈전인 두 팀의 ‘수도권 더비’로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이 경기에서 조 감독은 5경기 출장 정지 징계로 벤치에 앉지 못한 채 관중석에서 휴대전화로 작전 지시를 내렸고, 대전 김 감독은 한국 축구사에 길이 빛날 200승을 눈앞에 둔 상황이었다. 존경하는 스승에게 200승을 선물하려는 대전의 선수들, 그리고 선수에 대한 징계 소식이 들리자 “내가 어떠한 중징계라도 받겠다.”고 희생을 감내한 감독을 위해 분전한 경남의 선수들. 이들 22명의 선수들은 심판의 마지막 휘슬이 울릴 때까지 그야말로 최선을 다해 뛰었다.

그리고 주심이 후반전 종료를 알리기 위해 휘슬을 입에 물던 그 순간 경남은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고,90분의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 날뿐이 아니다. 두 감독의 운명적인 축구 인생, 그리고 그들과 함께 뛰는 젊은 선수들의 드라마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에 틀림없다.

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2008-05-08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불장인 국내증시에서 여러분의 투자성적은 어떤가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며 5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5% 안팎으로,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외국인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여러분의 수익률은 어떤가요?
1. 수익을 봤다.
2. 손해를 봤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