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의 나이스 샷] 최경주 화술의 힘 어디서

[이종현의 나이스 샷] 최경주 화술의 힘 어디서

입력 2008-01-23 00:00
수정 2008-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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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심심치 않게 최경주의 명언이 사회 각 분야에서 인용되고 있다.

사실 최경주는 지난 1995년 국내 대회인 팬텀오픈에서 첫 승을 거둘 때만 해도 인터뷰조차 겁낼 만큼 ‘눌변’으로 유명했다. 심지어 방송국 인터뷰를 할 때는 미리 기자가 멘트를 써 줘야 할 만큼 말하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나는 계단의 원리를 좋아한다. 올라갈 때도 한 계단, 내려갈 때도 한 계단이다. 삶도 여러 계단을 한꺼번에 오를 수 없다. 그러면 나중에 열 계단을 한꺼번에 내려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최경주의 명언은 최고경영자(CEO)들이 즐겨 쓰며 또 각종 세미나 등에서도 자주 인용된다.

한때 벙어리에 가까웠던 최경주의 화려한 화술의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뛰어난 화술은 미사여구를 가져다 붙인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다. 진실이 담겨 있어야 한다. 진실을 담기 위해선 삶의 철학이 배어나야 한다. 최경주는 어렵고 힘든 지난 세월을 불평만 하고 지내지 않았다.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 결과다.

반면 요즘 젊은 스타급 선수들에게서는 진실이 묻어나는 화술이 없다는 게 골프계의 전반적인 견해다. 골프에 대한 철학도, 스타급 선수로서 사회나 이웃을 보는 의식도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노력도 부족하다. 일본의 톱스타 가타야마 신고 역시 일본에서 말 잘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자신감 있는 표현과 설득력 때문에 그를 존경하는 선수들과 팬들이 수두룩하다.

국내 프로골퍼들에게 한 가지 당부를 하자면 필드에서 기술 샷 한 가지를 익히는 것만큼 중요한 게 바로 자신을 표현할 ‘기술’을 가지라는 것이다.

링컨 대통령은 미국 남북전쟁 기념비 제막식 당시 전 국무장관이자 웅변가로 유명했던 에드워드 에베렛이 두 시간 동안 열변을 토한 뒤 단 5분 만에 청중을 사로잡았다.

말이란 많이 하고 길게 한다고 해서 좋은 건 아니다. 특히 골프에 관한 한 삶의 진솔함이 담겨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골프에 대한 자신만의 경험과 철학이 묻어나야 한다. 상대 선수를 비방하는 것보다는 먼저 칭찬을 해 줘야 하고, 말할 때에는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제2의 최경주’로 불리는 허석호 역시 말 잘하는 골프선수 가운데 한 명이지만 그는 지금도 자신의 지난 인터뷰 방송을 모니터,‘말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프로골퍼의 말 한마디, 표현 한 줄은 타수를 1타 줄이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레저신문 편집국장 huskylee1226@yahoo.co.kr

2008-01-23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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