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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반사회적 태도” 검찰, 항소심도 실형 구형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반사회적 태도” 검찰, 항소심도 실형 구형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1-11-19 21:43
업데이트 2021-11-19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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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지 유출’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항소심 결심공판
변호인 측, 혐의 전면 부인…“의심만 있고 증거는 없다”

서울 서초구 숙명여고에서 학생들이 교실로 들어가고 있다. 2018.11.12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숙명여고에서 학생들이 교실로 들어가고 있다. 2018.11.12
연합뉴스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유출한 시험 답안을 미리 보고 내신시험을 치른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에 대해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이관형 최병률 원정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씨의 쌍둥이 딸(20) 2명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피고인들에게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법의 엄정함 보여야 쌍둥이 남은 인생 바로잡을 것”
숙명여고 쌍둥이 ‘전 과목 정답’ 메모
숙명여고 쌍둥이 ‘전 과목 정답’ 메모 12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가 공개한 숙명여고 쌍둥이 문제유출 사건의 압수품인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전 과목 정답’ 메모. 이 메모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자택에서 발견됐다. 2018.11.12.
수서경찰서 제공
검찰은 “피고인들이 혐의에 죄증이 명백한데도 범행을 부인하는 것을 넘어 법과 사회 질서를 부정하는 반사회적 태도를 보였다”면서 “개전의 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이 어린 10대 학생들에게 이런 모습을 갖게 했는지 생각해봤다”면서 “성공지상주의와 결과지상주의가 지배하고 뉘우침과 고백이 없는 사회와 어른들이 이런 비극을 만든 원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법의 엄정함을 보여주는 것이 앞으로 살아갈 인생이 많이 남은 피고인들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고 마음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인 “의심만 존재할 뿐 증거 없다”
숙명여고 시험지 및 정답 유출 의혹과 관련해 서울 수서경찰서가 12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공개한 유출 정황 증거. 경찰이 앞서 압수한 쌍둥이 자매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메모에서 영어 시험 문제 유출 정황 등을 확인했다. 수서경찰서 제공
숙명여고 시험지 및 정답 유출 의혹과 관련해 서울 수서경찰서가 12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공개한 유출 정황 증거. 경찰이 앞서 압수한 쌍둥이 자매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메모에서 영어 시험 문제 유출 정황 등을 확인했다. 수서경찰서 제공
반면 쌍둥이 자매의 변호인은 1심과 마찬가지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의심만 존재할 뿐 의심이 증거에 의해 입증되는 것은 없다”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또 압수수색 과정에서 경찰관이 영장에 압수대상으로 기재되지 않은 성적통지표를 압수했고, 자매의 휴대전화를 본인들 동의 없이 아버지 현씨에게서 압수하는 등 위법한 수사가 이뤄졌다는 논리를 폈다.

쌍둥이 자매 중 언니는 앞선 두 차례의 공판에 이어 이날도 건강상 이유를 들어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고, 재판부는 동생과 변호인들만 출석한 채 재판을 진행했다.

시험지에 풀이과정 없고, 잘못 출제된 문제 정정 전 정답
‘문제유출’ 숙명여고 쌍둥이의 시험지
‘문제유출’ 숙명여고 쌍둥이의 시험지 12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가 공개한 숙명여고 쌍둥이 문제유출 사건의 압수품인 시험지. 시험지에 해당 시험 문제의 정답(빨간 원)이 적혀있다. 2018.11.12
수서경찰서 제공
쌍둥이 자매는 숙명여고 1학년이던 2017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다음해 1학기 기말고사까지 다섯 차례 시험에서 같은 학교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빼돌린 답안을 미리 보고 시험을 치러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됐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8월 쌍둥이 자매에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24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의 주장은 합리적인 의문이라기보다는 추상적인 가능성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유죄 판단의 구체적 근거로는 ▲중상위권이었던 자매의 성적이 1년여 만에 급상승해 나란히 전교 1등을 한 점 ▲그럼에도 모의고사 등의 성적은 비교적 낮았던 점 ▲답안을 유출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다수의 정황이 드러난 점 등이 제시됐다.
‘문제유출’ 숙명여고 쌍둥이의 시험지
‘문제유출’ 숙명여고 쌍둥이의 시험지 12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가 공개한 숙명여고 쌍둥이 문제유출 사건의 압수품인 시험지. 시험지에 해당 시험 문제의 정답(빨간 원)이 적혀있다. 2018.11.12
수서경찰서 제공
자매는 시험지 한쪽에 작은 글씨로 모든 문제의 정답을 적어뒀고, 교사의 실수로 정답이 정정된 대부분의 문제에서 정정 전 정답을 써냈다가 오답 처리되는 등 답안 유출 정황이 다수 있었다.

동생의 경우 화학시험에서 일반적인 풀이 과정으로는 나올 수 없는 답을 전교생 중 유일하게 써 냈는데, 이는 화학 교사가 잘못 기재했던 정답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 밖에도 주관식 정답인 영어 문장을 미리 인터넷에 검색해본 기록이 남아 있거나, 풀이 과정 없이는 답을 찾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문제조차 시험지에 풀이 과정이 쓰여 있지 않은 점도 답안 유출 정황으로 인정됐다.

이 같은 내용은 앞서 유죄를 선고받은 현씨의 재판에서도 인정된 바 있다.

아버지 현씨는 업무방해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됐다.

동생, 울먹이며 최후진술 “선입견 때문에 3년 5개월 허비”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이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9.5.23 연합뉴스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이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9.5.23 연합뉴스
이날 쌍둥이 중 언니는 출석하지 않고 동생만 출석했다. 지난 9월과 10월에도 언니는 불출석해 이날 재판은 그대로 진행됐다.

동생은 최후진술에서 “선입견 몇 가지만 해소됐으면 이렇게까지 3년 5개월이라는 많은 시간이 허비됐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면서 “검찰이 학교 전체 폐쇄회로(CC)TV를 확보하고도 일부만 발췌해 주장의 근거로 삼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전체 영상이 남아 있었으면 간단하게 해소될 수 있는 의혹들이었다”고 울먹였다.

이어 “다음에라도 이런 식의 억울한 일을 겪는 사람들을 반드시 도와줘야겠다, 어떤 일이 있어도 말을 끝까지 듣고 가벼이 여기지 않고 반드시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아버지 사건과 1심에서 일반인들조차 놀랄 정도로 허술한 부분이 있어 이번 판결에서만큼은 법적 절차가 잘 지켜졌는지를 확인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21일 선고를 진행하기로 했다.

쌍둥이 자매 중 1명, 기자에 ‘손가락 욕’
숙명여고 쌍둥이 동생의 가운뎃손가락. YTN 방송화면 캡처
숙명여고 쌍둥이 동생의 가운뎃손가락. YTN 방송화면 캡처
쌍둥이 자매 중 1명은 지난 4월 14일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며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재판을 마친 뒤에도 “갑자기 달려들어 무례하게 물어보는 걸 직업정신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훈계’를 늘어놓고는 재차 취재진을 향해 손가락 욕을 했다.

변호인은 “기자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는 글로 사과했지만, 또다른 글에선 “경찰 수사 발표가 얼마나 허술했는지 언론은 아직 모르나보다”라면서 “(언론이) 듣지 않을 건데 왜 묻냐고 (자매가) 되묻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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