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나뒹구는 흉물 자전거…당신의 양심입니다

도심에 나뒹구는 흉물 자전거…당신의 양심입니다

고혜지 기자
입력 2019-12-14 11:00
수정 2019-12-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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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에 흉물스럽게 방치된 자전거들. 주인을 잃은 채 수개월에서 수년째 버려져 있다. 2019.12.13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서울시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에 흉물스럽게 방치된 자전거들. 주인을 잃은 채 수개월에서 수년째 버려져 있다. 2019.12.13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서울시, 해마다 방치된 자전거 1만 5000대 처리
아파트 단지는 사유지라 관리사무소가 모아 버려
뒤늦게 나타난 주인이 항의하거나 소송걸기도…

흉물스럽게 방치된 폐자전거 탓에 도시 미관과 시민 안전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의 관리 소홀로 아파트 단지에도 공공 거치대에도 버려진 자전거가 넘쳐나 관리사무소와 지방자치단체는 골머리를 앓는다.

이달 초 서울 영등포구 한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고철 덩어리로 전락한 자전거 수십 대가 수개월째 쌓여 있었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지난 5월부터 “단지에 방치된 노후 자전거 자체 정리 기간을 가진 뒤 처분하겠다”고 공지하고 수거한 자전거였다. 자전거들은 쇠 철조망과 함께 위험한 모습으로 몇 개월을 나뒹굴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연말이 다 되도록 그대로 뒀던 것은 몇 달 동안 연락이 없다가도 처리하고 나면 주인이 나타나 그제야 ‘내 자전거를 허락도 없이 왜 함부로 처분했느냐’면서 민원을 걸거나 심하면 소송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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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양심을 찾아가세요
버려진 양심을 찾아가세요 서울시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에 흉물스럽게 방치된 자전거들. 주인을 잃은 채 수개월에서 수년째 버려져 있다. 2019.12.13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관리사무소는 지난 6일 주인이 끝내 찾지 않은 자전거들을 모두 폐기 처분했다.

다른 아파트도 비슷한 고충을 토로한다. 소방시설법에 따라 각 아파트 계단이나 복도에는 자전거를 세워둘 수 없다. 고가 자전거는 집안에 들여놓지만 대부분 주민이 자전거를 집 밖 거치대에 보관하다가 ‘나 몰라라’하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일하는 김모(59)씨는 “주민들의 비양심이 문제”라면서 “집안에 자전거를 들이자니 공간을 차지하고, 버리자니 아깝게 느끼는 것 같다. 버릴 때 폐기물 처리비용 몇천 원이 내기 싫어 그냥 방치하는 사람도 있다”고 지적했다.

자치구가 관리하는 공공 자전거 거치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안모(28)씨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 고물 자전거가 24시간, 365일 묶여 있는 탓에 정작 자전거를 애용하는 시민들이 쓸 공간이 없다”고 불평했다. 서울시는 이러한 방치 자전거를 해마다 1만 5000대 이상 수거하고 있다. 올해는 9월 기준 1만 3423대를 거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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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에 흉물스럽게 방치된 자전거들. 주인을 잃은 채 수개월에서 수년째 버려져 있다. 2019.12.13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서울시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에 흉물스럽게 방치된 자전거들. 주인을 잃은 채 수개월에서 수년째 버려져 있다. 2019.12.13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방치 자전거를 수거하고 처분하는 영등포구청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수거한 자전거를 재활용할 수 있으면 하고, 나머진 고물상 고철처리를 해야 하는데 돈이 안 되니까 고철로조차 안 받아주는 경우가 많다”면서 난감해 했다. 영등포구 지역자활센터 관계자는 “반파된 자전거를 민원 받아 수거했다가 몇 달 뒤 전화 항의를 받는 경우가 있다”면서 “사유재산이지만 주인을 명확히 알 수 없어 곤란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거치대를 내 집 앞마당이라 생각하지 말고 모두 함께 쓰는 공공재로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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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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