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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사 치료 세브란스 ‘제중원 뿌리’ 홍보에 속끓는 서울대

美대사 치료 세브란스 ‘제중원 뿌리’ 홍보에 속끓는 서울대

입력 2015-03-09 11:14
업데이트 2015-03-0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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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를 치료하고 있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공식석상에서 제중원의 ‘적자’임을 강조하고 나서자 오랜 기간 ‘뿌리논쟁’을 벌여온 서울대병원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9일 리퍼트 대사 치료 경과를 설명하는 브리핑에서 리퍼트 대사의 고향인 오하이오주(州)와 세브란스병원 간 인연을 언급하며 “세브란스병원의 전신은 제중원”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정남식 연세의료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제중원의 창립자 호러스 앨런 박사는 오하이오주 댈러웨어 출신이고, 제중원을 세브란스병원으로 다시 지으면서 이름을 딴 루이스 세브란스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출신”이라며 “세브란스는 오하이오와 많은 인연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1884년 갑신정변 당시 명성황후의 조카인 민영익이 개화파의 공격을 당해 자상을 입었을 때 앨런 박사가 치료해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며 “고종이 앨런 박사의 요청을 받아들여 제중원을 설립했고 그것이 세브란스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제중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국립병원으로 1885년 설립됐다.

세브란스병원은 제중원이 미국 선교사이자 의사인 앨런 박사의 요청으로 만들어져 미국 선교사들에 의해 운영됐다는 점에서 세브란스병원의 전신이 제중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이 제중원은 고종에 의해 만들어진 ‘국립병원’이란 점에서 오늘날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국립대병원의 효시가 된다고 반박하면서 두 병원은 각자의 ‘뿌리’를 두고 때때로 신경전을 벌여왔다.

지난해 말 서울대 의대 총동창회는 모든 페이지에 제중원 설립 130주년을 의미하는 ‘제중원 130’을 적은 2015년 달력을 동문들에게 배포했고, 이에 연세대 의대 산하기관인 동은의학박물관이 모든 페이지에 제중원 사진 등을 넣은 달력을 만드는 등 맞불을 놓았다.

지난달 8일에는 정종훈 연세대의료원 교목실장이 ‘서울대 병원의 역사 왜곡’이라는 제목으로 신문 기고문을 내자 일주일 뒤 김상태 서울대병원 의학역사문화원 교수가 ‘제중원의 진실-연세대 정종훈 교수에 답한다’는 제목의 반박 글을 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리퍼트 대사의 치료를 계기로 세브란스병원이 ‘제중원의 후신은 세브란스병원’이라고 공개석상에서 홍보할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서울대병원은 이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으면서도 내심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서울대병원은 “제중원을 운영하는데 앨런 박사가 역할을 많이 한 것은 인정하지만 이를 두고 제중원은 세브란스병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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