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하락 걱정이 폭우피해 키웠다

집값하락 걱정이 폭우피해 키웠다

입력 2010-09-27 00:00
수정 2010-09-27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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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년 만의 가을 폭우가 추석 연휴 수도권을 덮친 가운데 지난해 감사원이 부동산 가격의 하락을 걱정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의 근시안적 사고가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상습 수해지역으로 지정되면 국고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집값에 얽매여 쉬쉬하기에만 급급해한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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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2009년 감사원 감사연구원의 ‘자연재해와 상습수해지역 관리현황 및 문제점’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상습 수해지역(10년간 8차례 이상 침수)은 104곳으로 전국 16개 광역 시·도 중 경남(상습수해지역 130곳)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하지만 서울의 상습 수해지역 104곳 중 자연재해 위험지구로 지정된 곳은 4곳뿐이었다. 전체 수해지역 중 3.8%만 정부가 관리하는 자연재해 위험지역으로 분류된 셈이다.

이는 전국 평균 22.8%(718곳 중 164곳)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 자연재해 위험지구란 태풍, 호우 등으로 주민의 생명과 재산에 피해가 일어날 수 있는 곳을 시장이나 구청장·군수 등이 지정, 고시 및 관리하는 곳을 말한다. 상습침수나 산사태 붕괴 가능성이 있는 곳을 국가와 자치단체가 함께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자연재해 위험지구가 되면 해당지역을 정비하는 비용 중 60%를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다. 지난 7월부터는 소방방재청장이 필요하면 위험지역을 직접 지정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지만 아직 적용된 사례가 없다.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 자치단체도 위험지구 지정비율이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경기도는 상습 수해지역 69곳 중 위험지구로 지정된 곳이 13곳(18.8%), 인천은 32곳 중 6곳(18.8%)이었다.

감사원은 ▲부동산 가격의 하락 ▲공사 규제 등에 따른 주민 불만 ▲재정 부담 등을 자치단체가 자연재해 위험지구 지정을 꺼리는 원인으로 분석했다. 재정 자립도가 높은 서울 등 수도권에서 위험지구 지정비율이 특히 낮은 것은 그만큼 집값 하락에 민감하고 주민의 민원이 거세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정지역이 상습 수해지역으로 알려지면 단기적으로 해당 지역의 땅값이나 집값이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낙인 효과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해당 지역을 완벽히 정비한다고 해도 한번 ‘홍수나는 동네’로 알려지면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시 한 구청 방재담당자는 “지방선거 시대에 특정 동네를 자연재해 취약지역으로 선언한다는 것은 스스로 낙선운동을 하는 꼴인데 어느 단체장이 나서려 하겠느냐.”면서 “자치단체들은 조용히 자체 예산으로 해결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은 ‘사후약방문’식 대처를 반복하게 만들 뿐이다. 감사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가격 하락에 대한 걱정 외에도 지역민의 민원과 재정부담이 증가할 것을 우려해 자치단체장들이 자연재해 위험지구 지정을 기피하고 있다.”면서 “이런 식이라면 자연재해 관리 체계를 자치단체들이 제각각 만드는 셈이어서 필요할 때 유기적인 대응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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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10-09-2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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