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합격한 소녀가장 인천부개여고 김민아양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축하하고 계실 겁니다.”
주인공은 2010학년도 서울대 인문계열 수시모집에 합격한 인천 부개여고 김민아(19)양. 김양은 최근 합격통지를 받고서 한없이 울었다고 했다.돌아가신 아버지가 바라던 꿈을 이뤘기 때문이다. 김양의 어려움을 지켜봤던 담임 안익수(43) 교사도 합격을 확인한 통화에서 함께 눈물을 흘렸다.
김양은 현재 남동생(동준·부평고)과 단 둘이 살고 있다. 부모님이 6살 때 이혼한 뒤 김양과 남동생을 어렵게 뒷바라지 하던 아버지마저 지난해 6월 지병으로 이 세상을 떠났다. 12일 경기도 부천 송내역의 한 피자집에서 만난 김양은 담담했고 어린나이 답지않게 의지가 굳어 보였다.여느 10대 여고생들과 같이 얼굴도 해맑았다.세상에서 딱 하나뿐인 남동생도 자리를 함께 했다.
공부하기 어렵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저는 성취욕이 강해요.남에게 지는 것이 싫었어요.”라며 당당히 대답했다.남동생과 단둘이지만 힘들수록 오히려 웃었다고 지나간 학교 생활을 전했다.고근혜(44·진학부장) 교사는 이와 관련, “대학지원서에 쓴 민아의 자기소개서를 읽고 눈물이 절로 났다. 항상 밝게 웃는 민아가 이렇게 힘들고 어려울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민아양이 이면지에 또박또박 쓴 영어 에세이.
김양은 어려운 환경에 사설학원은 꿈도 꾸지 못했지만 초중고교의 성적은 언제나 최상위권을 유지했다.친구들이 학원에서 강의를 듣는 시간에 학교에서 적어온 노트와 참고서에 충실히 했기 때문이다.김양은 마땅히 공부할 때가 없어 일요일에도 학교에 나와 입시 준비를 했다고 전했다.
대입 수능에서의 분야별 공부 비결을 물었다.
수리영역에서 1등급을 받은 것은 스스로 원리를 터득하고 모르는 문제는 학교선생님에게 끈질기게 물었다고 했다. “학원가도 수학문제집을 푸는데 왜 돈내고 가야하나요?”라는 당연한 대답이 돌아왔다.
영어는 매일 테이프를 들으면서 받아쓰기(dictation)를 했단다. 다양한 지문을 읽었고 교과서는 외우다시피 했다. 교무실에서 이면지를 가져다가 또박또박 쓴 영어 에세이는 50여편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서울대 면접에서 영어로 자기소개를 할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논술은 학교 토론반에서 매주 책 1권을 소화했고,신문기사를 읽고 논지를 펴는 연습을 꾸준히 했다고 말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른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 타당한가’라는 주제로 교내에서 열린 ‘나의 주장 발표대회’에서는 장려상을 탔었다.
김양은 희망했던 대학에 합격한 데는 선생님과 친구들의 힘이 컸다고 말했다. 아침을 거르고 등교한 날이면 선생님은 라면을 끓여다 주는 자상함을 잃지 않았다.김양이 밤늦게 공부하다 지각할 때면 담임선생님과 친구들이 김양의 집에까지 와 깨워준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담임인 안 교사는 “민아는 학교 프로그램을 철저히 따른 모범생이었다. 서울대가 외면하지 않은 것은 민아의 잠재력과 인내심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터뷰 내내 활기차 있던 김양에게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였느냐.”고 물었더니 금세 눈물이 글썽였다. 택시운전을 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 어린 김양에게 엄청난 고난이었다. 살아야 하는 두려움에 밤마다 악몽을 꾸었고 눈물로 지내야 했다.한동안 학교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모의고사와 내신성적은 곤두박질 쳤다. 하지만 김양에게는 코앞에 닥친 대학 입시가 버티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고난은 한 순간이란 생각이 들 것이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김양은 큰 어려움을 겪은 탓인지 후배들에게 길게 보고 공부할 것을 당부했다.어려움이 닥쳤을때 잠깐의 방황이 있겠지만 준비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자신의 뜻을 이룬다는 말이라고 했다.
대학 졸업후 바라는 직업은 외교관이다.외무고시에 합격, UNICEF(국제연합아동기금) 같은 국제기구에서 일하며 자신처럼 불우한 어린이들을 돕겠다는 것이 김양의 꿈이다.김봉상(61) 교장은 남매가 안쓰러웠든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동생과 단둘이 살아가는 김양에게 삶의 나침반이 돼 줄 뜻있는 독지가가 나타났으면 더없이 좋겠다.”고 희망했다.
장상옥기자 007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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