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성적장애자와 달리 치료감호대상서 제외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증)로 확인된 연쇄살인범 강호순은 절도, 상해 등 경미한 범죄를 저질러 이미 여러 차례 형사처벌된 적이 있는 전과8범이었다. 이처럼 사이코패스 기질을 지닌 범죄자들은 재범 위험이 높은 데다 갈수록 범죄가 흉포화하는 특성을 보이지만, 현행 사법체계로는 이를 사전에 진단해 치료 혹은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전혀 없어 거리를 활보하는 사이코패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치료감호법은 심신장애, 마약·알코올·약물중독 등 정신성적(精神性的) 장애가 있는 범죄자들에게 보호와 치료를 병행하게 하고 있다. 소아성기호증 등 성도착증도 정신성적 장애에 포함되지만, 인격장애로 분류되는 사이코패스는 치료감호 대상이 아니다. 또 지난 2005년 사회보호법이 폐지되고 청송감호소가 문을 닫으면서 출소 이후 중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한 사후 조치는 사실상 모두 사라졌다. 보호관찰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만기출소자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강호순처럼 재범의 우려가 높은 사이코패스 범죄자에 대해서도 치료나 사전에 범행을 막기 위한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이코패스는 정신질환과 달리 약물치료 등 의학적 방법은 물론 인지행동치료 등을 통해서도 완치될 수는 없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견해다. 하지만 충동조절 훈련 등 심리치료를 통해 일정 부분이라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하루에 TV 시청 시간을 4시간으로 규정하고 이를 어길 경우 2시간으로 줄이는 식의 ‘보상과 처벌’ 원칙이 일거수일투족을 지배하게 하는 등 일상생활을 모두 교육으로 구성한다면 충동성 억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소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라 하더라도 선별적인 정신감정을 통해 사이코패스 여부를 진단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표창원 교수는 “굳이 필요가 없는데도 쾌락을 위해 절도를 저지른다든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폭력을 휘두르고 범행이나 규칙 위반이 습성화돼 있는 등 사이코패스의 기질을 보이는 범죄자에 대해서는 수사, 재판 단계 등 수감 이전에 정신 감정을 통해 사이코패스 여부를 판단,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주치료감호소 최상섭 소장은 “수감돼 있는 동안의 심리치료와 함께 출소해 사회로 복귀하기 이전에 정신감정을 통해 다시 판단을 해야 한다.”면서 “상습 성범죄자에게 채우는 전자발찌나 보호관찰 대상의 확대 등을 통해 사이코패스 기질의 범죄자들을 감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2009-02-0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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