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안’ 그대로 확정되면

‘검·경 수사권 조정안’ 그대로 확정되면

박경호 기자
입력 2005-12-13 00:00
수정 2005-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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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지난 5일 검찰과 경찰 위상을 대등한 관계로 규정하는 수사권 조정안을 확정하자 검찰과 경찰의 희비가 엇갈렸다. 검찰은 ‘검찰 흔들기’ 등을 거론하며 여당을 비판했다. 이 방안을 환영하는 경찰은 짐짓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최소의 타협안이라며 맞섰다. 여당안을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안이 확정될 경우, 예상되는 세 가지 사례에 대한 검찰과 경찰 의견을 정리해 본다.


사례 #1 어느날 경찰은 서울시내 모처에서 마약이 거래된다는 첩보를 입수한다. 경찰이 즉시 출동, 거래 현장을 덮치려는 순간 같은 목적으로 도착한 검찰과 마주친다. 개정안대로라면 이런 상황이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검찰은 지금과 달리 양쪽이 협력관계가 되면 수사가 겹쳐 혼선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건마다 양측이 수사 주도권을 내세우게 되면 헌법재판소에서 사건마다 주도기관을 결정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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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수사충돌 문제에 대한 경찰해법은 간단하다. 먼저 수사한 기관이 수사를 주도하면 된다는 것이다. 은밀히 수사를 진행해야 할 경우에는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수사상 협조를 구하면 된다고 본다.

반면 검찰은 수사목적이 다를 수 있는데 순서가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반문한다. 민생치안 범죄가 발생해도 경찰이 검찰에 보고할 의무도 없고 검찰은 경찰 정보에 접근할 권한도 갖고 있지 못해 경찰수사 상황을 파악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검찰이 수사 주도권을 갖는 게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경찰은 검찰이 잘못된 사례로 제시한 일본의 미타 공업분식회계 사건도 경찰과 검찰이 수사상 협력·공조 체제를 구축한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한다.

하지만 검찰 입장은 다르다. 수사는 결국 어떤 사람의 범죄사실을 밝혀 법에 따라 벌을 받게 하기 위한 것으로 검사가 수사의 최종책임을 질 수밖에 없으므로 검사의 의사결정을 우선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또 뇌물, 선거사범 등 권력형 비리 수사에서는 적법한 증거를 확보하고 찾아내는 데 필요한 경험과 전문성 등에서 검찰이 앞선다고 자부한다.

경찰도 검찰이 수사의 종결권자이며 기소권자라는 사실은 인정한다. 개정안으로도 검찰은 정당한 요구에 응하지 않은 담당 사법 경찰관을 바꾸거나 징계하도록 경찰에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례 #2 교통사고를 당한 A,B씨는 경찰에서 쌍방과실로 인정돼 서로 합의하는 선에서 사건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에 불만을 품은 A씨는 검찰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런데 검찰의 업무처리가 늦어져 속터지긴 마찬가지. 수사권이 조정된 이후 수사결과에 대한 불만을 구제받기 어려워진다는데…

교통사고는 물증 확보가 어렵고, 주로 목격자 진술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 사건 관계인간의 분쟁과 불복이 유난히도 많은 범죄이다. 검찰과 경찰 모두 이 점에 공감하면서도 원인과 대책은 다르다.

경찰은 우선 지휘권을 갖고 있는 검사의 의견 앞에 현장 수사기관인 경찰의 의견이 묵살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검찰에 따르면 검사가 경찰의 수사기록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경찰의견이 바뀌는 경우는 연간 16만건에 이른다.

검찰은 이 경우에도 경찰 송치 의견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수사기록에 그대로 남아 있다고 설명한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 뒤라도 경찰조사에 불만이 있어 검찰에 민원을 제기하면, 검찰은 필요한 사건의 보완·재수사·기록송치 등을 요구할 수 있다며 경찰수사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검찰의 우려를 일축한다. 만약 담당 경찰관의 사건처리가 직무유기 등 범죄혐의가 있다면 검사는 형사책임까지 추궁할 수도 있다며 검찰이 “우는 소리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현재와 같은 수사구조에서는 민원에 대한 권리구제가 가능하지만 개정안에서는 쉽지 않다고 맞선다.

개정안에 따르면 검찰의 보완·재수사 지휘 등은 경찰이 사건을 종결하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 뒤라야 가능한 만큼 진행 중인 사건에서 생기는 인권침해 등을 바로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지휘관계가 아닌데 기록송치 요구를 경찰이 지연·방치하거나 거부해도 달리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도 검찰에겐 고민이다.

사례 #3 음식점을 운영하는 C씨. 그의 업소에서 부정·불량식품을 판매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공무원들의 단속은 계속되지만, 음식점은 영업 중인데…

수사기관의 부당한 수사종결 등 권한남용을 견제해야 한다는 데에는 양쪽 모두 이견이 없다. 검찰은 경찰이 인력이나 국민생활과 보다 가깝다는 점에서 경찰의 권한이 더 무섭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생치안 범죄를 직접 수사하지 않는다며 권한남용 논란에서 한발 비켜서려 하지만 경찰의 경계심은 여전하다. 경찰은 다른 기관에 수사결과를 송치할 필요도 없고, 간섭도 받지 않으면서 수사종결권·기소권까지 독점하고 있다며 검찰의 권한남용을 견제한다. 경찰권 남용을 막기 위해 검찰은 수사지휘권을 실질적으로 담보·행사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모든 수사 사건을 검찰이 송치받아 심사하는 만큼 개정안에서도 검찰의 경찰 통제권은 견고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검찰은 전체 형사사건에서 구속사건은 3% 정도로 나머지 97%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 전 경찰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면 수사지휘권은 유명무실하다고 주장한다.

유영규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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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움말 주신 분들 : 대검 국가수사개혁단 김회재 부장검사, 경찰청 수사개혁팀 황운하 총경
2005-12-1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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