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눔 NEWS] ‘의사 아닌 보건소장’ 임명 논란

[생각나눔 NEWS] ‘의사 아닌 보건소장’ 임명 논란

입력 2009-09-26 00:00
수정 2009-09-26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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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의 확산으로 지역보건소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들이 보건소에 ‘비(非)의사’ 출신 소장을 임명하려다 의료계의 저항에 부딪혀 갈등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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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지자체들은 “보건소에도 ‘경영 마인드’가 필요하다.”며 비의사 보건소장 임명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반면 의사협회 등은 “요즘처럼 전염병이 유행하는 때일수록 정확한 의학지식을 갖춘 보건소장이 있어야 한다.”며 법적 공방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 용산구는 25일 구 보건소장에 의사 출신인 함혜경 의약과장을 임명했다. 지난해 12월 문인홍 전임 보건소장이 퇴임한 지 9개월 만이다. 애초 구는 비의사 보건소장 임용 가능성을 염두에 뒀지만, 서울시의사회가 강하게 반발하자 임명을 미뤄 왔다. 결국 양측 갈등은 지난 7월 서울시인재개발위원회가 용산구에 비의사 출신 보건소장 임명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면서 일단락됐다.

과천시도 지난 7월 새 보건소장(직무대리)에 의사가 아닌 시 보건직 공무원을 임명해 의료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2007년 대전 중구에서는 비의사 보건소장이 임명되자 지역의사회가 취소 소송까지 내는 등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몇몇 지자체들은 보건소가 더 이상 단순 치료 공간이 아닌 지역 보건의료센터로 발전하고 있는 만큼 창의적 경영 마인드를 갖춘 인재가 보건소장으로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미국에서도 병원이나 보건기관 최고경영자(CEO)의 절반가량이 비의사 출신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의사 출신의 경우 대부분 일선 병원에서 정년 퇴임한 뒤 지원해 대체로 기획력이 미흡하고 권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면서“지역 주민을 위한 서비스 행정을 총괄·기획할 수 있는 젊고 리더십 있는 전문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은 단호하다. 요즘처럼 전염병이 유행하는 시기일수록 정확한 의료지식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맞춤형 보건정책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의사 출신 보건소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경영 마인드 강화’라는 것도 단체장의 ‘낙하산 인사’를 정당화하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지역보건법 시행령에 따르면 보건소장은 의사 면허 소지자 중에서 시장·군수·구청장이 우선 임용하되 의사 출신 보건소장 충원이 곤란한 경우 보건의무직 공무원도 임용할 수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올 2월 현재 전국 253개 보건소 가운데 의사 출신 보건소장은 118명으로 전체의 47%를 차지했다.

비의사 보건소장은 의사가 지원하지 않는 격·오지 보건소를 맡거나 의사 출신 보건소장이 임기 도중 사직할 경우 직무대행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일부 지자체들이 인사 전횡을 위해 악용하는) 비의사 보건소장 임용 조항을 하루빨리 삭제해야 한다.”면서 “전국의 모든 보건소장을 의사로 임용해 국민건강 증진과 보건소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의사협회 등 몇몇 직능단체에서 ‘의사 우선 보건소장’ 규정 삭제를 요구하고,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도 현 규정이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개정을 권고해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지자체간 견해가 너무 달라 아직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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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2009-09-26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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