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H 전현직 직원, 서울 달동네 ‘백사마을’ 무허가 건물도 샀다

[단독] LH 전현직 직원, 서울 달동네 ‘백사마을’ 무허가 건물도 샀다

김주연 기자
김주연 기자
입력 2021-04-19 21:02
수정 2021-04-20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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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중계본동 사업소장·現 사업단 중간 간부
재개발 발표 전후 토지 등 가족 명의 매입
아파트 분양권 노린 ‘알박기’ 투기 의심
직무상 알게 된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도
당사자 “복덕방에서 내놓은 땅 산 것일 뿐”
경찰 “제보 접수되면 절차 따라 수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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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백사마을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서울시가 재개발 사업시행계획을 인가·고시한 지난달 3일 백사마을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백사마을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서울시가 재개발 사업시행계획을 인가·고시한 지난달 3일 백사마을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인 노원구 백사마을 재개발 사업에 관여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 직원 등이 가족 명의로 이 구역의 땅과 무허가 건물을 사들인 정황이 확인됐다. 재개발 후 아파트 분양권을 노린 이른바 ‘알박기’ 투기가 의심된다. 이들의 부동산 매입 시점이 2009년 백사마을 재개발 계획 발표 전후여서 LH 직원들이 직무상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자녀와 장모 등 가족 이름으로 토지를 구매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19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2009년 LH서울지역본부 중계본동 사업소장을 맡았던 A(71)씨의 딸 3명은 2009~2013년 백사마을 토지 4곳을 사들였다. A씨의 차녀는 31세였던 2009년 5월 18일 백사마을에 16㎡와 84㎡ 등 총 100㎡ 크기의 나대지를 1억 9000만원에 샀다. 서울시가 백사마을을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하기 불과 열흘 전이었다.

당시 27세였던 A씨의 삼녀는 같은 해 9월 백사마을의 토지 14㎡와 무허가 건축물을 매입했다. 오래전 이 마을 우물이 있던 자리였다. 그는 3년 뒤인 2012년 10월 아버지인 A씨에게 5000만원에 팔았다. 현재 LH지역본부의 한 사업단 중간 간부인 B씨의 장모(78)는 재개발 계획 발표 직후인 2009년 7월 25일 1억 1000만원에 백사마을의 토지 24㎡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땅에는 1982년 전 지은 무허가 건물이 있다. 무허가 건물을 매입하는 이유는 비교적 적은 돈을 투자해 분양권 등 큰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노원구가 지난달 백사마을 재개발 사업시행계획을 인가하면서 B씨의 장모와 100㎡ 토지를 보유한 A씨의 차녀는 2025년 완공될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근 아파트의 실거래가가 13억~14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3억~5억원의 자기분담금을 내더라도 10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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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A씨가 직접 보유한 토지에 지어진 건물은 1982년 이후 지어진 무허가 건물이어서 서울시의 재개발 보상 기준(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에 따라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A씨는 비슷한 상황인 토지주들과 함께 노원구청 등에 분양권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A씨와 B씨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차명 부동산 거래를 했을 가능성을 의심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인 이강훈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신도시 개발과 달리 재개발은 주민들에게 진행 상황이 공개되지만 사업시행자인 LH 직원들이 행정기관이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할 예정이라는 미공개 정보를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김남근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는 “가족 이름으로 토지를 매매한 경우 부동산실명법 위반 소지가 있어 과징금 부과나 징역 등 처벌이 가능하다”며 “미공개 정보 이용도 수사가 필요하지만 공소시효가 지났을 것으로 보인다.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해 공직자 및 공공기관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를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사자들은 미공개 정보 이용 및 알박기 투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A씨는 “2007년부터 2008년 8월까지 주택공사(LH 전신)에서 중계본동사업팀장이었지만 2008년 명예퇴직한 후 월 100여만원을 받고 일을 도와줬다”면서 “복덕방에서 내놓은 땅을 산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B씨는 “2009년 본사 시설관리부 소속이었고, 백사마을이 재개발 예정인지 알지 못했다”며 “(장모의 토지 구매 경위는) 12년 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사마을 주민들은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가 운영하는 부동산 투기 의심신고센터에 A씨와 B씨의 부동산 거래 의혹을 제보할 계획이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LH 전현직 직원들의 추가 투기 의혹이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제보가 접수되면 절차에 따라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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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2021-04-2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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