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밖 나오지 못하고… ‘미안해 아가야’, 매년 2월 그날이면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세상 밖 나오지 못하고… ‘미안해 아가야’, 매년 2월 그날이면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김정화 기자
입력 2020-10-18 22:28
수정 2020-10-19 03:2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나는 낙태했다-모두가 알지만 하지 않은 이야기] <1>‘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

이미지 확대
9년 전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한 이현지(가명)씨가 지난 17일 서울시내 한 카페에서 서울신문과 만나 낙태 경험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씨는 당시 고통과 아픔을 잊지 않으려고 ‘미안해 아가야’라는 이름의 휴대전화 알람(오른쪽)이 매년 울리도록 설정해 뒀다.
9년 전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한 이현지(가명)씨가 지난 17일 서울시내 한 카페에서 서울신문과 만나 낙태 경험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씨는 당시 고통과 아픔을 잊지 않으려고 ‘미안해 아가야’라는 이름의 휴대전화 알람(오른쪽)이 매년 울리도록 설정해 뒀다.
67년간 여성의 몸을 옭아맨 형법상 낙태죄의 개정 시한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가 임신중절(낙태) 허용 주수를 놓고 씨름하며 ‘불법’ 낙인을 거두지 않는 사이 여성들은 여전히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받는다. 서울신문은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이 사회적 지탄을 두려워하며 가슴에 묻었던 이야기를 연속 인터뷰로 공개한다. 직업도, 나이도, 상황도 다르지만 이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낙태는 죄가 아니라 나를 지키는 선택이자 책임이었다고.

직장인 이현지(37·가명)씨의 휴대전화 달력은 매년 2월 11일 알람을 울어 댄다. ‘미안해 아가야’ 여섯 글자가 무지근한 그날의 고통을 상기시킨다. 9년 전 이씨는 임신중절 수술을 했다.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씨는 임신 테스트기에서 선명한 두 줄을 확인하는 순간 “지구 종말이 온 것 같았다”고 말했다. “원래 피임을 철저히 하는데 딱 하루 제대로 못 했고, 너무 순식간이라 임신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임신 사실만으로 이미 공황 상태였는데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을 찾는 건 더 힘들었다. 이씨는 “동네 산부인과를 일일이 돌며 물어봤는데, 내가 불법을 저지르는 것 같아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겨우 찾은 병원에서도 의사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수술 과정과 후유증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대신 “어떻게 5주차까지 임신 사실을 모를 수 있느냐”며 이씨를 혼냈다. “젊은 사람이 몸을 함부로 굴렸다”는 말도 따라 나왔다.

●“내가 불법을 저지르는 것 같아 너무 무서웠다 ”

수술의 충격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의사는 전신마취 대신 부분마취를 택했다. 이씨는 수술기구가 몸속에 들어왔다가 나가는 모습과 소리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수술이 끝나자 의사는 몸에서 꺼낸 덩어리까지 보여 줬다.

이씨가 휴대전화 알람으로 매년 떠난 생명을 기억하는 것은 당시의 죄책감 때문이다. 남자친구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이씨를 두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너도 놀랐겠지만 솔직히 나도 충격이 커. 나도 집에 가서 좀 쉬어야겠어.”

혼자 울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씨는 돌아가신 엄마를 떠올렸다. 그의 어머니는 이씨의 동생을 가졌을 때 낙태를 고민했다. 터울이 너무 크고, 경제적으로도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독교 집안인 탓에 결국 포기했다고 한다. 이씨는 “원래 엄마랑 각별한 사이가 아니었다. 돌아가실 때도 큰 감정의 동요가 없었는데 수술하고 나니 저절로 떠오르더라”면서 “엄마가 살아 있었으면 내 편이 돼 줬을까 하는 생각에 정말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임신중절도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봐줬으면 ”

남자친구나 당시 룸메이트 외에 이씨가 자신의 낙태 경험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그동안 다른 사람의 손가락질이 무서워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못했는데, 정부가 내놓은 입법예고안을 보고 너무 화가 났다”고 했다. 이씨는 “임신중절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여성들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하는 거다. 그래도 평생 죄책감에 시달린다”며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사람들이 비난하지 않는 것처럼 낙태도 불법이 아니라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채유미 서울시의원, 덕암초 ‘찾아오는 청소년의회 아카데미’ 찾아 격려

서울시의회 채유미 의원(노원5,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0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을 방문한 덕암초등학교 학생들을 맞이하며 뜻깊은 격려의 뜻을 전했다. 지방의회의 역할과 기능을 현장에서 직접 체득해 민주시민 소양을 기르는 ‘청소년의회 아카데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날 행사에는 사전 기본 교육을 마친 덕암초 학생 21명과 인솔 교사가 함께해 실제 의원석에 앉아 모의 의정활동을 체험했다. 채 의원은 본회의장을 찾은 지역구 덕암초 학생들에게 환영 인사를 전하고, 청소년의회 임시 의원 선서문 낭독을 함께하며 미래 주역들의 의회 방문을 축하했다 이어진 ‘청소년의회 본회의’에서 학생들은 일일 청소년의원으로서 의장과 의원 역할을 맡아 ▲‘서울특별시 어린이 안전환경 신고 및 개선에 관한 조례안’ ▲‘서울시 어린이 교육시설 주변 CCTV 확충 및 안전 관리 강화에 관한 조례안’ 등 실생활과 밀접한 안건에 대한 제안설명을 듣고 전자투표를 통해 조례안을 직접 의결하는 뜻깊은 의정 활동을 체험했다. 채유미 의원은 “우리 노원구의 자랑스러운 덕암초 학생들이 책에서만 보던 지방의회의 현장에 직접 와서 토론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생생하게 체험하는 모습을 보니 매우
thumbnail - 채유미 서울시의원, 덕암초 ‘찾아오는 청소년의회 아카데미’ 찾아 격려

글 사진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0-10-19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