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빈곤·학대… 버려지는 아이들 급증
가족이 붕괴되고 있다. 한때 가정의 정신적 버팀목이 됐던 가족관계가 극심한 경기불황과 생명경시 풍조 등과 맞물려 위기를 맞고 있다. 삶에 대한 가치관이 흔들리면서 자살 사이트가 기승을 부리고,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가족은 공동체가 사라진 사회에서 파편화된 우리를 따뜻하게 보듬어줄 유일한 안식처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서울신문은 ‘가족이 희망이다’ 라는 시리즈를 7회에 걸쳐 싣는다. 가족이 급속하게 해체되고 있는 현실을 짚어보고 절망 속에서 가족 사랑의 길을 찾아본다.서울 가양동의 89m²(약 27평)가량 되는 단독주택에는 서로 다른 가정에서 온 7명의 아이들이 살고 있다. 한때는 단란한 가정에서 자라난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아빠의 실직과 부모의 다툼 등으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이 아이들은 그룹홈(공동생활가정)에서 생활한다. 가정의 달인 5월의 햇살은 이 아이들에게 결코 따뜻하지 않다. 아이들은 한결같이 “가족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아프다.”며 고개를 숙였다.
●부도난 아버지 가출… 뿔뿔이
아버지 김성환(50·가명)씨의 플라스틱 공장이 부도만 나지 않았어도 김희수(가명·16)양의 네 식구는 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 11월 그룹홈에 들어온 김양은 꽤 유복한 집안의 막내딸이었다. 지난해 6월 아버지 김씨는 사업에 실패해 10억원이 넘는 빚을 졌다. 그 충격으로 아버지는 쓰러졌고 석달 뒤 집을 나갔다. 몸이 약한 어머니 박모(47)씨가 생계를 책임지게 됐다. 인쇄소에서 책 제본작업을 하며 벌어오는 80만원이 가족 수입의 전부였다. 빚쟁이들은 희수네를 끈질기게 괴롭혔다.
희수네는 아버지가 쓰러질 때까지만 해도 전세 3500만원짜리 단칸방에 살았지만 곧 월세 30만원짜리 방으로 쫓겨났다. 생활비가 없어 보증금을 까먹은 탓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어머니가 하던 인쇄소 일마저 끊겨 오도가도 못하게 됐다. 결국 가족은 헤어져야 했다. 지금 어머니는 친구 집에, 남동생(12)은 외할머니네 집에 있다. 희수는 지역아동센터 교사의 소개로 그룹홈에 왔다. 희수는 버려졌다는 충격으로 아직도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
발달장애 2급인 이현우(가명·11)군은 태어난 지 두달 만에 부모에게 버림받고 경기도 수원에 있는 한 보육원에서 자랐다. 2006년 3월 현우의 엄마(36)가 보육원에 와서 현우를 데려갔다. 엄마는 현우의 친아버지와 이혼한 뒤 동거남과 함께 서울에 살고 있었다. 동거남은 직업없이 집에서 빈둥대며 지냈고 엄마가 노래방과 유흥주점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수시로 엄마에게 폭력을 행사하던 동거남은 엄마가 집을 비우면 현우를 수시로 때렸다.
●두번 버림받은 11살 가슴엔 ‘피멍’
견디다 못한 엄마는 이듬해 6월 현우를 또다시 공원에 버렸다. 한달 뒤 현우가 그룹홈에 왔을 때 현우의 온몸은 피멍투성이였고 영양실조까지 걸린 상태였다. 그룹홈 교사의 보살핌으로 신체적인 건강은 회복했지만 마음의 상처는 그대로 남았다. 하지만 현우는 너무도 엄마 품을 그리워한다. 잠자리에 들 때면 그룹홈 교사 이모(27·여)씨를 끌어안고 좀처럼 놔주지 않는다.
●“위탁문의 매달 20% 늘어”
가족 해체의 최대 피해자는 아이들이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집계한 요(要) 보호아동 중 가정의 빈곤·실직·학대를 겪는 아이들은 2002년 4263명에서 지난해 6002명으로 늘어났다. 한 그룹홈 원장 A씨는 “경제 위기가 심화되면서 보호시설 등에 아이들 위탁을 원하는 부모들의 문의가 지난해 9월부터 매달 20%가량 늘고 있다.”고 전했다. 손승영 동덕여대 교수는 “쉼터와 보육시설 수만 무조건 늘리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면서 “경제 위기가 장기화될수록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이 늘어나는 것을 감안해 현재 기능별로 분화된 쉼터 중 인원을 다 채우지 못한 곳은 일시 아동보호시설로 사용하는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달란 박성국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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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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