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관리일 뿐 지휘로 보기 어려워”
외국인 고객들이 한 백화점 매장에서 쇼핑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은 없음. 서울신문DB
백화점과 면세점이 직접 고용관계가 없는 입점업체 판매사원의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에 나설 의무가 없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해 노조 측 손을 들어준 1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0-2부(부장 박혜선·원종찬·오현규)는 지난 2일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1심을 깨고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1심은 유통업체가 영업일·영업시간을 지정한 것과 판매사원에게 제공한 화장실·휴게실 등 시설이 판매사원의 근로조건과 근무환경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없어서 사용자로 볼 수 없고, 매장 운영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거나 관리권을 행사했을 뿐이라며 지배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유통업체가) 매장 운영에 필요한 정보를 입점업체와 공유하거나 법령상 부과된 의무를 이행한 것이고, 고객서비스 향상을 도모하거나 매장 시설의 관리자로서 관리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백화점·면세점이 판매사원의 업무수행에 관해 지휘·명령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개정 전 노조법을 근거로 “HD현대중공업은 직접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사내하청 노조와 교섭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법리를 적용한 결과다. 대법원은 지난 7월에도 CJ대한통운에 대해 집배점 소속 택배기사와 단체교섭 의무가 없다고 봤다.
현장에선 이미 원청 교섭 절차가 본격화됐다. 백화점 5사는 판매사원 노조와 3차례 교섭을 했고, 면세점 업체도 조만간 상견례를 치를 예정이다. 다만 이번 판결에 따라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노동쟁의의 대상을 넓힌 ‘노란봉투법’ 제정 취지에 맞게 대법원이 서둘러 가닥을 잡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세줄 요약
- 백화점·면세점, 판매사원 노조 교섭 의무 부정
- 2심, 실질적 지배력 인정한 1심 판단 뒤집음
- 대법원 판례 법리 반영, 현장 혼선 가능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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