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 Disease] 삼성서울병원 동헌종박사

[Doctor & Disease] 삼성서울병원 동헌종박사

입력 2004-08-23 00:00
수정 2004-08-2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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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농증은 ‘세균과 문명의 장난’이다.흔히 어린이의 콧구멍을 위태롭게 들락거리는 누런 콧물로 대변되는 축농증은 호흡과 후각을 감당하는 코에 고장이 난 경우다.너무 흔해 유병률조차 별 의미가 없다고 여겨지는 축농증은 ‘잘 낫지 않는 병’이라거나 ‘재발이 잘 되는 병’ 혹은 ‘애들 머리 나빠지는 병’ 정도로만 알려져 있을 뿐 그 실체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사실 축농증 자체가 머리를 나쁘게 한다거나 기억력을 떨어뜨린다는 근거는 없습니다.그러나 얼굴 안쪽의 부비동에 염증이 생기고 그곳에 항상 농이 차 있어 집중력이 떨어지고 그게 학업성적이나 업무 능률에 영향을 미치는 겁니다.” 동헌종(46) 박사.우리나라 이비인후과 전공의와 전문의들이 ‘가장 먼저 강의를 듣고 싶은 교수’로 꼽을 만큼 ‘아는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그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부비동에 염증… 공기순환 안 되고 콧물 막혀

삼성서울병원 동헌종 박사
삼성서울병원 동헌종 박사 삼성서울병원 동헌종 박사


축농증이라는 질환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의학적으로 만성 부비동염이라고 부르는데,이는 코 주변에 있는 8개의 공기주머니,즉 부비동에 염증이 생겨 부비동의 공기순환이 안 되고,콧물이나 농이 배출되지 못해 고이는 질환이다.

증상은 어떤가.

-급·만성이 차이가 있다.급성은 고열과 전신 권태감이 있고 누런 코와 코막힘,콧물이 목을 타고 넘어가는 후비루와 부비동 주변의 얼굴 부위에 통증이 나타난다.만성은 열이나 권태감이 없고 통증도 거의 나타나지 않는 대신 구취,후비루와 함께 냄새를 못 맡고 항상 머리가 무겁다.

급·만성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부비동 염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부비동염,즉 축농증으로 보는데,급·만성 구분 역시 3개월을 기준으로 적용한다.

부비동염의 원인도 설명해 달라.

-감기 후유증인 경우가 많다.세균이나 곰팡이류 감염에 의해 부비동 점막이 붓게 되고 이걸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화된다.그러나 최근에는 감염 통제가 잘돼 이런 유형은 주는 대신 환경적 요인에 의한 알레르기가 원인인 경우가 늘고 있다.실제로 감염 통제가 철저한 미국에서도 알레르기성 부비동염은 줄지 않고 있다.또 콧구멍의 좌우를 나누는 벽인 비중격이 한쪽으로 굽었거나 중비갑개가 비대해 부비동의 환기와 배농을 막는 경우도 많다.정리하면,여전히 감염과 해부학적 구조 이상이 문제인데,최근에는 알레르기 등 환경 요인에 의한 경우가 늘면서 ‘세균’과 ‘문명’이 함께 작용한다는 점이 경향이라면 경향일 수 있다.

염증 3개월 이상 지속땐 ‘만성’

동 박사는 축농증의 발병 추세를 묻자 “축농증은 나았다가도 감기 한번 앓고 나면 다시 생기기도 해 완치 개념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며 “확실히 예전처럼 콧물을 달고 사는 애들은 줄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환경요인의 영향과 질병에 대한 의식이 개선돼 병원을 찾는 환자는 늘었다.”고 설명했다.그가 말하는 환경요인이란 바로 알레르기.특히 천식 환자의 경우 먼지나 매연,온도 변화에 민감해 쉽게 부비동 점막이 자극받을 뿐 아니라 치료도 어렵다며 이런 사람은 철저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알레르기성 환자 계속 늘어

진단은 어떻게 하나.

-환자가 보이는 증상과 내시경적 소견이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여기에다 증상은 있으나 내시경적으로 특별한 소견이 없는 경우 부수적으로 X-레이를 활용하기도 한다.

자가진단도 가능한가.

-흔히 말하는 누런 코가 2주일 이상 계속되면 감기에서 2차 세균감염이 와 부비동염으로 진행 중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더러는 후각 점막이 부어 냄새를 못 맡는 경우도 있다.

치료 방법도 소개해 달라.

-대부분의 환자에게 일차적으로 약물을 투여한다.세균 감염이나 점막을 자극하는 환경 요인을 약물로 진정시키는 것이다.1∼2회 정도 이런 시도를 해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항생제를 포함한 약제를 4∼6주 정도 투여하며,이후에도 차도가 없으면 수술을 고려한다.최근에 주로 활용하는 내시경 수술은 예전처럼 잇몸 상부를 절개해 치료하는 상악동근치술에 비해 매우 탁월한 잇점이 있다.

“사실 예전에는 수술을 하더라도 부비동이 안구 및 뇌조직과 근접해 정상적인 치료가 힘들었습니다.그래서 안면신경 절단이나 부비동 기능상실 등 수술 부작용 말고도 재발이 잦았는데 내시경 수술은 안구나 뇌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뿐 아니라 수술 효과도 예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그는 이를 ‘아날로그’와 ‘디지털’에 비유했다.

내시경 수술로 치료 획기적

축농증 치료에서 수술 점유율은 어느 정도인가.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내 경우 환자의 80∼90%는 수술을 한다.물론 약물에 잘 반응해 수술이 필요없는 경우도 있지만 수술할 경우 90% 이상의 환자가 결과에 만족한다.

축농증은 재발이 문제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천식을 앓거나 수술후 관리를 소홀히 한 경우 재발 가능성이 높다.그래서 축농증은 ‘수술이 반,관리가 반’이라고들 한다.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재발률이 유의하게 높은 건 아니다.

항간에 축농증에 특효라는 약제나 치료법이 소개되기도 하는데.

-죽염이나 홍화씨를 이용한 치료법이 퍼져 있고,더러는 검증되지 않은 약제를 써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축농증의 중요 원인인 알레르기가 그런 약제로는 절대 다스려지지 않는다.연간 400∼500명의 축농증 환자를 수술하면서도 환자들에게 성실한 진료로,의료계에는 탁월한 연구 성과로 정평이 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최근들어 내시경 수술이 일반화하면서 수술 성과도 놀랍게 향상됐지만 중요한 것은 성실한 치료와 질병의 발호를 억제하는 철저한 자기관리,이것이 축농증을 극복하는 지름길입니다.”

동헌종 박사

▲서울대의대 및 대학원(박사)▲미국 펜실베이니아의대병원 전임의▲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CCF) 교환교수▲대한이비인후과학회 기획이사, 간행이사 등 역임▲현,미국 비과학회 공식 학회지 편집위원▲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seoul.co.kr
2004-08-2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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