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내가 듣고 싶은 음악 쓰는 것, 그뿐”

“파격? 내가 듣고 싶은 음악 쓰는 것, 그뿐”

최여경 기자
최여경 기자
입력 2026-04-21 00:53
수정 2026-04-21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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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클래식 넘나드는 ‘스무살 작곡가’ 이하느리

메가폰 잡은 해금 주자, 시구 읊는 연주자… 파격의 ‘믹스드 오케스트라’
14세에 초연·국제 콩쿠르도 휩쓸어… “더 만족할 수 있는 작품 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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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마다 악기가 가진 색다른 질감을 끌어내 찬사를 받는 작곡가 이하느리는 지난 16일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무대에서 청각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나 구성 면으로도 독특한 작품을 선보였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공연마다 악기가 가진 색다른 질감을 끌어내 찬사를 받는 작곡가 이하느리는 지난 16일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무대에서 청각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나 구성 면으로도 독특한 작품을 선보였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일정한 박자로 되풀이되는 청량한 우드블록 소리 위로 거문고, 해금, 집박 같은 전통악기가 끼어든다. 해금 현을 튕기고 거문고 술대로 몸통을 긁는, 악기의 질감을 다각도로 활용하는 연주 방식이 이번에도 탁월하게 드러났다. 파이프오르간 자리에서 연주되는 두 대의 피리, 메가폰으로 노래하는 해금 연주자, 돌림노래처럼 시구를 읊는 연주자들까지, 작곡가 이하느리(20)의 신작 ‘ㅸㆆⅠ: 그 여자는 입을 벌리더니 무언가를 꺼내려는 듯 손을 집어넣는다’는 기존 국악 작법을 완전히 벗어난 파격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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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무대.
지난 16일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무대.


지난 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믹스드 오케스트라’는 전통 국악 레퍼토리와 스무 살 작곡가의 패기 있는 시도, 대중적인 비트박스가 한자리에 모여 국악의 확장을 증명했다. 공연에 앞서 만난 이하느리에게 작품 제목이 왜 이렇게 긴지 묻자 “일부러 길게 만들려 한 건 아니었다”며 웃었다. 곡을 쓰다가 들른 서점에서 표지가 마음에 들어 집어 든 김뉘연 시인의 ‘제3작품집’을 작품과 연결했다. “제 관심사와 재미가 우연한 시간대에 겹쳤다”는 그는 작품 제목에 로마자 ‘Ⅰ’을 붙인 이유도 “글자 모양이 어울릴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의미보다 감각, 개념보다 흥미가 먼저이지만 곡을 완성하는 과정만큼은 신중하다. 소리와 ‘소리 바깥의 영역’까지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악보 형태로 구체화할 확신이 설 때 비로소 곡을 쓰기 시작한다. 여기까지 6개월에서 1년까지 걸린다. “예전에 ‘소리가 머릿속에 떠다닌다’는 기사가 나간 적이 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라 여러 재료를 모아두었다가 적절한 작품에 활용하는 방식”이라고 부연했다.

네 살 때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우고 열 살 때 예술의전당 영재 아카데미에서 작곡을 공부한 이하느리는 열네 살 때 자신의 곡을 처음 무대에 올렸다. 당시 연주자가 피아니스트 임윤찬이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1학년 때인 2024년 11월 헝가리 버르토크 국제작곡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클래식과 국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기 시작했다. 주로 클래식 곡을 쓰다가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상주작곡가로 선정되며 국악으로 영역을 넓힌 그에게는 ‘신이 내린 작곡가’, ‘임윤찬이 극찬한’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는 “그런 표현을 쓴 기사가 빨리 내려갔으면 좋겠다”며 쑥스러운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

“곡을 완성한 직후 30분 정도는 (작품이) 괜찮아 보이는데 연습을 할수록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는 그는 지난해보다 타인의 시선에서 한결 자유로워졌다고 말한다. “작년에는 알게 모르게 눈치를 봤던 것 같아요. 이걸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면서요. 하지만 관객의 마음은 제가 조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니 점점 더 마음이 편해지고 있어요.”

이하느리는 세 개의 연작을 동시에 작업하고 있다. 옛 소련 모듈식 집을 보며 반복이라는 요소를 떠올려 시작한 ‘스터프’(Stuff) 시리즈, 소리의 다채로운 확장을 실험하는 ‘애즈 이프……’(As if) 시리즈다. 지난해 12월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스터프 3번: 이우환의 정원’을 선보였고, 지난 3월엔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바이올린 듀오를 위한 ‘애즈 이프……Ⅳ’를 연주했다. 다음 달 29일에는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두 번째 ‘ㅸㆆ’ 시리즈 곡인 ‘ㅸㆆⅡ: 그녀는 다른 영상들을 시험해 보다 필수적이고 보이지 않는’을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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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로서 목표를 묻자 신중하게 깊이 생각하더니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자기만족이요. 점점 더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쓰는 것, 그뿐입니다.”
2026-04-2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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