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욱 부경대 교수, 고고학적으로 증명
“모피는 온대(溫帶)와 한대(寒帶) 사이의 교역을 이어주는 세계사의 커다란 축이었으며 고조선은 모피무역의 중심지였다.”강인욱 부경대 교수는 한국고대사학회 학회지 ‘한국고대사연구’ 최신호에 이 같은 내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강 교수는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의 정치가인 관중이 지은 것으로 알려진 책 ‘관자’(管子)에 등장하는 문피(文皮. 호랑이와 같은 얼룩무늬 맹수의 가죽) 기록, 동물뼈와 고대 화폐 명도전 출토 지역 등 고고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고조선이 모피무역의 중심지였음을 증명해냈다.
난방시설이 미비했던 고대 사회에서 모피와 짐승의 가죽은 사람들이 선호했던 방한복이었다.
특히 모피는 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한 방한복을 넘어 높은 신분과 권력을 상징하는 위신재(威信財)이기도 했다.
강 교수는 우선 동물뼈 자료를 분석해 모피류 동물이 현재의 산지인 백두산 일대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압록강 중상류 지역에 널리 분포했음을 밝혀냈다.
강 교수에 따르면 고조선의 주요 활동시기인 기원전 7-3세기 모피 산지는 중국 지린(吉林)성 중남부 지역이며 네이멍구(內蒙古) 동남부에서도 일부 모피가 획득됐다.
특히 압록강 중상류 지역에서는 신석기시대부터 중국 한나라 시대까지 모피 동물을 지속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 교수는 “고조선의 모피 생산은 지린성 동남부, 특히 압록강 중상류를 중심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또 압록강 중상류 일대에서 발굴된 명도전 출토 유적을 모피무역과 관련된 중계무역의 증거물로 제시했다.
강 교수는 명도전 관련 유적이 압록강과 청천강 유역의 산간 오지 중에서도 주변에 강이 흐르거나 길이 나 있던 교통의 요지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된 점에 주목했다.
그는 “산간 오지 내 교통의 요지에서 예상치 않은 재화(명도전)의 매납 유적이 나온다는 점은 이 길을 따라서 압록강 중상류 지역과 교류했을 가능성을 제시하며 그러한 (교류)물품 중의 하나는 모피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명도전과 같은 화폐가 대량으로 출토됐다는 것은 그러한 화폐가 유통되는 집단과 교역이 형성돼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며, ‘관자’ 등 고대 문헌에 따르면 문명국에서 지속적으로 필요했던 산간 지역의 특산품은 모피였다는 게 강 교수의 설명이다.
강 교수는 동물뼈와 명도전 출토 유적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모피 교역 루트를 추정했다.
모피를 가공해 중국에 공급한 고조선의 모피무역은 모피를 산지에서 구해서 취합하는 ‘소매상’과 모피를 가공하거나 취합해서 공급하는 ‘중개인’ 등 이중구조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또 압록강 중상류 일대는 물론 조(趙)나라 등 중국 중원 지역과 원거리 모피무역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측했다.
그는 “모피교역은 산간 오지에서 모피를 사냥하는 집단, 소매상, 중개인 등을 거쳐서 고조선에 유입되고 이는 재가공되어서 중국에 교역됐을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