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의 여름, 겨울철 집단 수행인 안거(安居) 기간에 수행처 선방은 일반인은 물론, 스님들까지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금기의 영역이다. 득도를 위한 치열한 현장이지만 이곳 또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간이기에 생활의 단면들이 새록새록 스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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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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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 스님
현성(40) 스님이 지난 2002년 전남 장성군 백양사의 산내 선방인 운문암에서 3개월간 안거를 지내면서 기록한 일상들을 세상에 알린 산문집 ‘동안거’(민족사 펴냄)는 그래서 독특한 울림을 주는 책이다. 쉽게 접할 수 없는 선방이란 영역에 대한 호기심을 채워주면서 한국불교에 대한 나름대로의 지론을 과감하게 풀어놓았다.
현성 스님은 충북 괴산 공림사로 출가해 1998년 계간 ‘포스트모던’에 소설 ‘미인암(美人巖)’으로 등단한 재주꾼 수좌. 일찌감치 소설에 뜻을 두었지만 출가 스님인 탓에 다른 세상을 살면서 문재를 인정받은 인물로, 이번 글은 민족사의 제1회 출판원고 공모 당선작이다. 그래서인지 무엇보다 선방의 자잘한 일상을 감칠맛나게 풀어낸 글솜씨가 돋보인다. 안거를 나려는 선방에 등록하는 방부 들이기부터 스님들이 모두 모여 안거기간 동안 각자 할 일들을 정하는 소임 맡기(용상방),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참선과 운력, 해제까지 안거의 모든 과정이 담겨 있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선방에서 일어나는 스님들의 비밀스러운 일들을 속속들이 볼 수 있다는 점.‘안거 초보자’의 입장에서 가감 없이 전하는 이런 이야기들을 스님은 “출세간(出世間)에 나타나는 세간(世間)의 모습들”이라고 말한다. 참선에 든 스님들에겐 독이나 마찬가지인 냄새 나는 파스나 화장품을 쓰는 스님들을 보는 시선이 스님답지 않게 솔직하다. 중생구제의 원을 세운 스님들이지만 역시 사람이기에 원초적인 욕심은 속인들과 다름이 없다. 참선에 들기 전 몰래 라면을 끓여 먹은 스님들이며 선방에서 방귀를 뀌는 스님들에 대한 단상이 흥미롭다. 참선에 들어서도 ‘원자폭탄급’ 방귀를 대수롭지 않게 뀌는 스님에서부터 면도칼로 삭발하던 중 피를 본 일, 불륜인 듯한 남녀가 암자로 승용차를 몰고 들어선 것을 보고 당황했던 일들이 흥미롭게 풀어진다.
현성 스님은 “안거를 두번밖에 지내지 못한 초보 수행자의 입장에서 스님들의 엄숙한 영역인 선원과 수행자들의 모습을 세상에 공개하는 것을 망설였지만 거꾸로 솔직한 모습을 알리는 게 한국불교와 수행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 책을 내게 됐다.”고 밝혔다.9500원.
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2006-06-0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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