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방(下放)운동’. 책상머리에 붙어있던 당 간부와 지식인들을 농촌으로 내쫓았던 중국 공산당 정책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평가가 있다. 문화혁명·홍위병 이미지와 겹치면서 전체주의 정권의 반지성주의 행패라는 비판과, 그 출발점은 지도층의 윤리를 강조한 중국 전통사상 ‘무일(無逸·통치자는 편안함을 버려야 한다)’에 있었다는 호의적 평가다.
이런 정치적·이데올로기적 해석과 달리 하방운동은 중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피할 수 없었던 것이라는 경제적 해석이 소개됐다. 성장을 위해 독재는 어쩔 수 없었다는 최근의 박정희시대 평가를 떠올리게 하는 내용이다. 녹색평론 3·4월호는 일본 잡지 젠야(前夜)와 중국 경제개혁학회 부사무국장 원톄쥔(溫鐵軍) 중국인민대 교수간의 대담 ‘세계화의 중국농촌’을 실었다. 대담에서 직접 하방을 겪었던 원 교수는 하방운동을 “성숙한 국가의 공업화 추구로 인한 고난”이라 정의했다. 그렇기에 문화혁명을 고발한다던 70년대 말 중국의 상흔(傷痕)문학가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원 교수는 대신 중국 근현대사의 전면적인 재해석을 내세웠다. 서양은 식민지를 통해 산업화의 고통을 떠넘겼지만, 식민지 없는 사회주의 국가인 데다 소련과의 관계도 신통치 않았던 중국으로서는 내부의 식민지-농촌을 철저히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렇기에 하방이 지식노동과 육체노동간의 차별을 없앤다는 것은 “신문지상에서의 언설 혹은 선전”에 불과했고 모든 하방의 배후에는 경제위기가 있다. 경제위기가 오면 도시민들을 농촌으로 내려보냈다가, 경제가 회복되면 그들을 노동자로 다시 불러올리는 방식이다.
재미있는 점은 원 교수는 그렇기에 농촌의 기업화에 반대한다는 사실이다. 기업이 아닌 농민들의 농촌일 때 스펀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FTA 대책이랍시고 ‘기업농’ 운운하는 우리 현실에 시사적인 주장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06-03-2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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