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달라”던 젤렌스키, 왜 한국 뒤통수쳤나…北포로 송환 폭로 무리수 이유는 [권윤희의 월드뷰]

“무기 달라”던 젤렌스키, 왜 한국 뒤통수쳤나…北포로 송환 폭로 무리수 이유는 [권윤희의 월드뷰]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6-09-28 13:50
수정 2026-09-2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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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엔총회서 북한군 포로 한국행 공개, 외교 갈등 촉발
  • 러시아 외국인 병력 동원 문제 부각, 지원 재확보 시도
  • 방공무기 압박·국내 비판 차단 의도 해석 제기
인공지능 도구로 만든 자료사진. 서울신문
인공지능 도구로 만든 자료사진. 서울신문


[월드뷰 3줄 요약]
● 젤렌스키는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을 공개해 러시아의 외국인 병력 동원 문제를 국제사회에 환기하고, 우크라이나전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다시 끌어내려 했을 수 있다.
● 북한군 참전이 한반도 안보에도 위협이 된다는 점을 부각해 한국을 전쟁의 직접 이해당사자로 끌어들이고, 방공무기 등 군사 지원을 압박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 북한군 포로를 자국군 포로 교환에 쓰지 않고 한국에 보냈다는 국내 비판을 의식해, 두 포로의 자유의사를 존중한 인도주의적 조치였다는 명분을 내세우려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에 방공무기 지원을 요청해 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뉴욕 유엔총회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행 사실을 공개했다.

27일 청와대는 우크라이나가 비공개 합의를 어겼다며 공식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측이 합의 자체를 부인한 데 대해서는 ‘허위 공보’라고 반박했다.

이번 사안이 한국과 우크라이나 간 외교 문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비공개 합의 파기라는 무리수를 둔 이유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포로 송환과 방공무기 지원을 연계해 온 만큼, 국제·국내정치적 효용뿐만 아니라 대(對)한국 압박 효과도 고려했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는다.

“북한군 포로만 있는 것 아냐” 외국인 동원 문제 환기젤렌스키 대통령은 유엔 연설 앞부분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병사들을 러시아에 보내 대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으로 탄도미사일·드론 역량을 키웠다고도 했다.

이어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 사실을 발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포로 한 명이 생포 직전 목숨을 끊으려 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이런 세력이 전쟁을 치르는 법을 더 배우도록 시간을 줄 것이냐”고 물었다.

연설 후반에는 우크라이나군이 생포한 포로 가운데 북한군 외에 다른 나라 국민도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가나·네팔·인도 등 47개국 국민을 전쟁에 동원하고 있다며 각국 대표에게 자국민을 보호하고 러시아의 전쟁 동원을 막으라고 촉구했다.

전쟁 장기화로 국제사회의 피로감이 커지는 가운데 북한군 참전을 부각하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압박과 우크라이나 지원의 필요성을 환기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폭로에는 북한군 포로를 매개로 러시아의 외국인 병력 동원 문제를 이슈화하고, 국제적 관심과 지원을 유도하려는 목적이 깔려 있었던 셈이다.

그는 ‘우크라이나만의 전쟁이 아니다’라는 전략적 메시지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북한군 포로 송환을 활용했다.

“한국 방공무기 달라”더니…지원 압박하려 공개했나일각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북한군 포로 송환과 방공무기 지원을 연계해 온 점에도 주목한다.

우크라이나는 북한군이 러시아에서 실전 경험과 군사기술을 얻으면 한반도 안보에도 직접 위협이 된다며 한국에 군사 지원을 요청해 왔다. 특히 지난해 1월 북한군 포로 생포 후 한국을 향한 압박 수위와 강도를 더욱 높였다.

올 6월 방한한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조현 외교부 장관에게 “방공 무기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산정책연구원 비공개 면담에서는 “러시아가 북한군 포로를 인도하면 억류 중인 우크라이나 국민 수천명을 석방하겠다고 제안했다”며 사실상 협박성 발언을 내놨다.

7월 방한한 올렉산드르 카미신 우크라이나 전략담당 고문은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관계자들을 면담한 자리에서 한국이 보유한 미국산 요격 미사일인 패트리엇 가운데 최신 기종인 ‘PAC-3’를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북한군 포로 문제를 지렛대로 한국과의 군사·방산 협력을 모색해 왔다. 8월에는 여러 차례 북한군 3~5만명 추가 파병론을 거론하며 한국에 방공체계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북러 군사협력이 한국 안보에 직결되는 문제라면서도 살상무기를 직접 지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이 북한군 포로를 인수했다는 사실을 유엔 무대에서 폭로했다.

포로 송환이라는 인도적 사안을 군사적 지원과 지속 연계해 협상 테이블에 올려온 젤렌스키 대통령이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고 포로 송환 사실을 발표한 것은 한국이 방공 지원에 응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을 분쟁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로 묶어두는 한편 군사 지원을 끌어내려는 계산이 작용했을 수 있다.

포로교환 기회 버렸다는 국내 비판 의식했나젤렌스키 대통령이 자국 내 비판을 의식했을 가능성도 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27일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포로를 한국에 보내면 자국군 포로와 교환할 기회를 포기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먼저 비공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북한에 포로교환을 공개 제안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군의 석방을 주선하면 북한군 포로를 넘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후 북한군 포로들은 한국행을 희망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유엔 무대에서 북한 정권이 병사들의 자유와 선택권을 빼앗는다며 송환 사실을 밝혔다. 두 포로의 뜻을 존중하는 인도주의적 결단이었다는 포장으로 국내 비판을 피하려 했을 수 있다.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북러 군사협력과 한반도 안보, 재건 협력과 군사적 지원 등 여러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 외교가는 이번 논란이 장기화할 경우 한·우크라이나 관계에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편 이달 셋째 주 주말쯤 민항기 편으로 입국한 북한군 포로 2명은 현재 정보 당국 산하의 특수시설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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