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 두는 메르켈, 더 강경한 쇼이블레…독일 대연정 파열음

강수 두는 메르켈, 더 강경한 쇼이블레…독일 대연정 파열음

입력 2015-07-13 04:30
수정 2015-07-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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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 정당 SPD 의원들 비판 비등…지지층 고려한 행보 관측도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말한다. 나는 ‘진정한’ 개혁안을 기다려. 그리고 그의 머릿속을 그리는 말풍선이 따른다. 1. 치프라스(그리스 총리) 퇴진 2. 시리자(그리스 집권 급진좌파연합) 소멸 3. 그리스 국민들의 과거 부패 정당 재선택…

독일 일간 타게스슈피겔이 쇼이블레의 그리스에 대한 속마음을 이런 만화로 풍자했다.

독일 통일 협상안을 다듬은, 직업이 장관이라는 백전노장 쇼이블레(73)의 강공 드라이브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안갯속으로 빨려들었다. 금기처럼 여겨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 방안이 11일(현지시간) 독일 재무부 문서에 등장한 것으로 확인되자 유로존과 함께 독일 정치권도 발칵 뒤집혔다.

독일인들은 그리스의 3차 구제금융 지원 여부의 향배를 가르고 유로존의 운명을 다투는 유로존 회의에서 앙겔라 메르켈(61) 총리보다는 쇼이블레 장관을 주연급으로 지켜보는 형국이다. 쇼이블레의 대사와 장면이 메르켈을 능가하니 나올만한 말이다.

집권 다수당인 기독민주당(CDU)의 두 간판은 과거 쇼이블레가 당수이고, 메르켈은 사무총장이던 시절이 있었다. 이 정당이 비자금 스캔들로 휘청거리던 지난 2000년 두 사람의 자리가 바뀌었다. 그리고 정치적 운명도 달라져 메르켈은 직업이 총리인 유럽의 여제가 됐지만, 쇼이블레는 독일의 책사에 만족해야 했다.

둘은 한때 유럽의회 선거 때 함께 등장한 포스터에 새겨넣은 문구처럼 ‘때로 의견이 달라도 가는 길은 항상 같다’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최대발행 부수의 대중지 빌트는 메르켈은 ‘미워도 다시 한 번 그리스’의 태도를 가졌지만 쇼이블레는 ‘헤아질 땐 말 없이 그리스’의 견해를 보인다며 양인의 갈등을 조명했다.

사실 메르켈은 지난달 말 2차 구제금융 종료에 임박해서는 그리스를 압박하는 언사를 쏟아냈지만, 그가 그리스 문제에 줄곧 가장 많이 비친 생각은 ‘유로화가 실패하면, 유럽이 실패한다’라는 메시지였다. 그는 그 명제와 함께 지난 1, 2차 구제금융을 결정하고 유로존 결속과 유럽의 통화 심화를 기했다.

반면 쇼이블레는 지난 2011년 9월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에서도 그렉시트 계획을 언급했다는 전언이 나올 정도로 초강경 기조를 지속했다. 하지만 뜻이 달라도 길이 같다는 두 사람은 1, 2차 구제금융을 결정하고 그리스를 붙잡았다.

그러나 이번 3차 구제금융으로 가는 길은 메르켈이 아니라 쇼이블레의 뜻으로 이끌리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에 소수당 파트너 정당인 사회민주당(SPD) 의원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요하네스 카르스 의원은 그렉시트 방안을 접하고는 SPD와 합의되지 않았다며 “쇼이블레의 단독 플레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SPD 당수인 지그마어 가브리엘 부총리가 SPD도 쇼이블레의 한시적 그렉시트 방안을 안다고 말한 데 대한 언급으로서 쇼이블레와 가브리엘을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도 읽혔다.

같은당 악셀 섀퍼 원내부대표는 벨트암존탁에 그렉시트 방안이 역시 논의되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유럽의 정당, CDU는 끝났다”고까지 했다. 일부에선 유럽 통합의 기초를 놓고 그 과정을 심화시킨 콘라트 아데나워와 헬무트 콜의 후예들은 어디로 갔느냐는 탄식도 나왔다. 두 사람은 모두 총리를 지낸 CDU의 간판 정치인이었다.

요하나 위커만 SPD 청년회장은 나아가 “쇼이블레의 정책은 진작에 견디기 어려웠다”면서 메르켈 총리와 가브리엘 부총리가 쇼이블레 장관의 질주를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브리엘 부총리는 그러나 전날 페이스북에 게재한 성명에서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에 최선을 다한다는 게 대연정의 합일된 목표이며, 한시적 그렉시트 방안은 그리스 정부가 원할 때에만 가능한 것이라는 선에서 사태를 정리했다.

SPD 당원들이 이렇게 흥분하는 동안 그리스에 관대하다며 메르켈에게 으르렁대던 CDU 의원들의 야유와 삿대질은 현저하게 줄어든 모습이다. 그동안 CDU와 바이에른주 자매정당인 기독사회당(CSU) 의원 100명은 3차 구제금융 반대 의견을 미리 밝히는 등 크게 반발하면서 메르켈 총리에 상당한 부담을 안겨왔다.

중도보수 자파 정치인들의 이러한 비판론과 독일인들의 그렉시트 지지 여론이 겹쳐 메르켈이 정치적 부담을 느끼다보니 그리스에 한층 더 강경한 자세를 보인다는 관측도 일고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유로존 결속과 유럽 통합 심화에 더 무게를 두는 중도좌파 SPD와의 균열은 보다 커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국민투표 이후 기세에 오른 그리스를 상대로 결국에는 타협을 하게 될 독일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인물간 역할 분담과 여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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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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