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유네스코 가입… 美 이스라엘 눈치 보기

팔레스타인, 유네스코 가입… 美 이스라엘 눈치 보기

입력 2011-11-02 00:00
수정 2011-11-02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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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금 지원 중단”… 무리한 대리전

미국이라는 거인이 손바닥만 한 크기의 이스라엘에 발목이 잡혀 또다시 ‘무리한’ 대리전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유네스코 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의 정회원 가입안이 가결되자 즉각 재정 지원을 중단한다는 퇴로 없는 강수를 들고 나왔다. 빅토리아 눌랜드 국무부 대변인은 11월 중 유네스코에 제공할 예정이던 지원금 6000만 달러(약 668억원)를 집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제이 카이 백악관 대변인도 “이번 결정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중동 평화협상 재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유네스코 연간 예산의 22%를 분담하고 있는 미국이 재정 지원을 중단하면 유네스코는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이런 조치는 친(親)이스라엘 성향의 미 의회가 팔레스타인에 국가 지위를 부여하는 유엔 기구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재정 지원을 금지토록 하는 법안을 1990년대 제정한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의 상황이다. 유네스코를 통해 물꼬를 튼 팔레스타인이 유엔 산하기구 16곳에 추가로 정회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만약 팔레스타인이 유네스코 회원에 “동등하게 열려 있는” 회원자격을 부여하는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정회원국으로 입성한다면 미국은 그야말로 심각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구글이나 애플 등 미 기업의 지적재산권 보호의 첨병 역할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에스더 브리머 미 국무부 차관보가 “(WIPO에 팔레스타인이 가입하는 것은) 이 기구에서 미국의 지도력과 심각하게 연관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다만 유네스코 회원이 자동으로 WIPO 회원이 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미국이 유네스코에 대한 방식을 다른 기구에서도 사용할 경우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등 고립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BBC방송은 유네스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어떤 회원국이라도 2년간 분담금을 체납할 경우 투표권 행사를 금지한다고 못박았다.

결국 유엔을 통해 자국의 이익을 실현해 온 미국의 정책기조가 뿌리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있게 된 것이다. CNN 방송은 “유엔 기이날 “우리의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옵션들이 가능한지를 놓고 의회와 대화할 필요가 있다.”며 비슷한 시각을 드러냈다.

최근 상황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이후 ‘스마트 파워’란 이름으로 이슬람권을 친구로 포용하려던 공공외교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우려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우려 때문에 지난 5월 이스라엘에 국경선을 양보하라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한테 일언지하에 거부당했다.

오히려 미국 내 요소요소에 포진한 유대인 권력과 미 의회의 집중 공격을 받고 두 손을 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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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2011-11-0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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