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판 ‘태극기 휘날리며’

중동판 ‘태극기 휘날리며’

박정경 기자
입력 2006-01-26 00:00
수정 2006-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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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전쟁 당시 국군과 인민군으로 갈라선 형제의 비극적인 운명을 다루고 있다.25일 실시된 팔레스타인 총선에서도 한 형제의 숙명 같은 대결이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형 지브릴 라주브(사진 왼쪽·52)는 집권 파타당 소속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서 마무드 아바스 수반의 국가안보보좌관을 맡고 있다. 동생 나예프 라주브(오른쪽·47)는 무장단체 하마스의 일원으로 두 사람 모두 이번 총선에 출마했다.

동생 나예프는 지금껏 5번 체포당했는데 한번은 형 지브릴에 의해서였다. 지브릴은 요르단강 서안 치안대장과 국가안보위원장 등 줄곧 치안책임을 맡아왔다. 지난 2004년 사망한 야셰르 아라파트 전 자치정부 수반의 측근으로 한때 후계 물망에도 올랐던 거물이다.

형제는 처음부터 ‘적’은 아니었다는 점에서도 ‘태극기 휘날리며’와 닮았다.1987년 1차 ‘인티파다(봉기)’ 당시 둘 다 이스라엘에 맞서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주도했다.

그 뒤 형은 제도권에 몸담아 이스라엘과 협상을 벌이면서 하마스의 극단적인 무력투쟁을 제압해야 하는 위치에 섰다. 그러나 동생은 한번도 형을 원망한 적이 없다.“형이 나를 하루 만에 풀어줬다.”고 고맙다는 듯 말하기도 했다.

서안지구 헤브론에서 출마한 두 사람은 모두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약진하는 하마스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는 것은 그나마 형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는 “파타당과 하마스가 한 정부에서 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자살폭탄 테러를 통해 얻은 게 없다. 하마스가 실용적으로 변하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동생 나예프는 “파타당은 부패하고 무능한 집단”이라며 응수했다. 나머지 11명의 형제 자매들의 정치적 성향도 제각각이다.

정치적인 성향만 그렇지 형제는 매일 통화할 정도로 우애가 깊다. 형 지브릴은 “팔레스타인에 민주주의가 있다는 증거”라며 “정치적 관계가 형제애를 해치지는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2006-01-2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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