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메시지 일관성 있어야

[사설] 대통령 메시지 일관성 있어야

입력 2005-03-26 00:00
수정 2005-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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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들에 따르면 역대 집권자 중 노태우 전 대통령이 대외활동에서 정해진 의전을 가장 잘 따랐다고 한다. 뒤를 이은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담판외교’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다. 참모진이 사전에 짜놓은 내용을 무시하고 심대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외교적 언급을 불쑥 하곤 했다. 정상회담 자리에서도 상대국과 미리 조율되지 않은 발언을 자주 함으로써 직업 외교관들을 긴장시켰다.

노무현 대통령은 ‘YS형’이다. 돌출식 외교로는 얻을 게 없다는 일각의 지적이 있지만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다. 외교관들은 분쟁 격화를 피하려 한다. 논란없이 국익을 극대화하면 좋겠으나 냉엄한 국제사회에서 어림없는 일이다. 적당한 긴장·갈등은 필요하다. 외교관들의 관점을 넘어 대통령이 승부사 기질을 보여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독도 등과 관련, 일본에 강경비난을 퍼부은 뒤 대내외 파장이 엄청나자 수위조절을 하는 느낌이다.“외교전쟁을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진화를 시도했다. 국민들은 국가통치권자가 직접 일본을 몰아붙일 때는 제2, 제3의 후속조치가 마련됐다고 믿는다. 경제가 어려워지더라도 일본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기개를 곧추세운 국민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언론이 조금 앞서 나갔다.”고 얘기하는 것은 무책임해 보인다.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자칫 일본에 ‘국내용이 맞구나.’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YS의 정상외교는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함께 이룬 나라의 자존심 발현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핵 문제에 이어 IMF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그런 장점은 날아가버렸다. 노 대통령과 외교참모들은 YS사례를 철저히 연구해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 우리는 YS의 실패원인을 사전준비 미흡과 일관성 결여 탓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외교 승부수에 앞서 청와대·내각이 모두 참여하는 내부토론이 필수적이며, 승부수가 던져지면 정교한 실행 프로그램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2005-03-2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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