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은 왜 세계문단의 관심사가 되지 못하고, 아직도 노벨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가? 우선은 국력이나 국가의 이미지가 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아직도 국제사회에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문화적 특징도 국가로서의 매력도 부족하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를 선진강국으로 만들지 못하고 권력다툼이나 벌여온 우리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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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영문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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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영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유럽에서 열리는 한국문학 행사에 모이는 현지 청중의 대부분이 대사관에서 동원한 사람들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며, 그들조차도 중국이나 일본문화에 더 많은 관심이 있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국의 지명도나 국력을 세계 4위쯤으로 착각하고 있는 우리 월드컵세대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국가 경쟁력과 축구실력은 전혀 상관이 없다. 그나마 그 축구실력조차도 고액과외 덕분이라면 더욱 그러할 수밖에 없다.
한국문학의 외국 현지 출판이 어렵고, 또 번역출판된 후에도 판매가 부진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전통적으로 문학을 좋아하는 프랑스나 이웃 나라인 중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한국문학 번역 작품은 잘 팔리지 않는다. 그러니 해외 출판사에서 한국문학 번역을 적극적으로 출간하려 할 리가 없다. 유명 출판사에서 한국문학을 출간하면 되지, 왜 소규모 출판사에 출판지원금까지 주면서 출판하려 하느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상업적 이윤을 추구하는 대형출판사에서는 독자가 없어 판매가 되지 않는 책은 아예 출간하려 하지 않는다.
한국문학이 세계문단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문학이 세계문학과 호흡을 맞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민족문학이나 민중문학 같은 것들은 세계문단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사라진 것들이다.
지금은 민족주의나 정치 이데올로기가 근간이 되는 문학은 세계 어디에서도 읽히지 않는다. 또 우리 여성작가들이 1990년대에 많이 썼던 사적인 고뇌나 가족 간의 갈등이나 불륜의 미화 같은 것도 오늘날 세계문단에서는 별 관심이 없다.
이 시대 세계문단의 공통관심사를 알려면, 국제사회에서 주목받는 주요작품들을 살펴보면 된다.
예컨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 매슈 펄의 ‘단테 클럽’,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그리고 J K 롤링의 ‘해리 포터’에는 모두 지금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는 공통 주제가 있다.
즉 절대적 진리나 신념에 대한 회의, 또 하나의 진리나 감추어진 역사 새롭게 조명하기, 열린사회와 닫힌사회의 대립, 이분법적 사고방식의 타파, 경계 해체, 스스로를 진리나 순수혈통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독선과 횡포, 그리고 그들로부터 차별받는 소수그룹과 혼혈들의 발견과 인정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와 같은 주제들은 지난 60년대 이래 전 세계적으로 시작된 거대한 인식의 전환을 잘 반영해주고 있다.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으로 부상하려면, 우리 작가들이 그러한 변화를 알고, 세계작가들과 인식을 같이하며, 공통의 주제의식에 동참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동강난 반도에 갇힌 채 우리끼리만 살지 말고, 지금 세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에 부단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새로운 문예이론을 공부하며, 열심히 동시대 외국작가들의 작품을 읽어야만 한다.
그러다 보면 우리 문단에도 ‘장미의 이름’이나 ‘내 이름은 빨강’ 같은 고유성과 범세계적 보편성을 동시에 갖는 훌륭한 작품들이 나오게 될 것이다. 바로 그럴 때, 세계문단의 인정과 노벨문학상은 자연히 우리에게 주어질 것이다.
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문학평론가
2008-03-0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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