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업기술의 뿌리 흔들어선 안 돼/이변우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교수·한국작물학회장

[기고] 농업기술의 뿌리 흔들어선 안 돼/이변우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교수·한국작물학회장

입력 2008-02-13 00:00
수정 2008-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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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우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한국작물학회장
이변우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한국작물학회장
현재 우리 농업이 처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명박 정부의 친환경 기술농업 육성, 세계 5대 품종개발 강국 도약 등 기술농업 지원 약속과 농림부의 식품산업 기능 확대 등의 조직개편 방향은 많은 기대와 희망을 갖게 한다.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 농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향으로의 농정 전환과 기술력의 향상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의 국제 곡물가 급등은 식량 자급도가 낮은 우리나라의 경제에 큰 위협을 줄 것이 확실하다. 이에 따라 농업기술 개발의 중요성은 더욱 더 강조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이와 같이 어느 때보다 농업기술 개발이 중요한 시점에 우리나라 유일의 농업기술 연구개발·보급 기관인 농촌진흥청이 인수위에서 검토하고 있는 조직개편 방향에 따라 행정부처인 농림부에 통합될 것이라는 보도가 있어서 걱정을 금할 수가 없다. 농촌진흥청은 그동안 녹색혁명, 백색혁명을 주도하면서 우리 국민의 주식인 쌀의 자급을 달성하여 국가 경제 개발에 견인차 역할을 하였으며, 앞으로도 FTA 등 개방화에 따른 농업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ㆍ보급하여 우리 농산물의 국제 경쟁력을 높여야 할 막대한 책임이 있다. 특히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이 향후 식량안보의 문제로 심각해질 수 있다는 예측을 전제로 할 때 주곡인 쌀을 포함한 식량작물에 대한 연구는 국가 경제 발전과 국민 식생활 주권의 확보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국가연구기관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특히, 식량작물에 관한 연구는 농작물의 생육이 토양과 기상에 크게 의존하는 농업 특성상 지역적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에 전국을 대상으로 각 지역의 환경에 따라 그에 알맞은 연구를 수행하여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의 기호에 맞는 쌀, 콩 등 주요 식량에 대하여 품종을 개발하고 그 품종이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약 16년에서 20년이라는 긴 연구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민간이나 지자체에서는 수용하지 못 할 국가적인 사업임에 틀림없다.

이와 같이 식량작물에 관한 연구는 다른 분야와는 달리 많은 노력과 예산이 요구되는 반면 그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나타난다. 따라서 식량안보와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작물임에도 불구하고, 민간에서 수용하기를 꺼려하는 분야이다. 때문에 식량작물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국가가 그 역할을 담당하여 왔고, 앞으로도 국가의 역할은 증대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농촌진흥청이 농업 기술개발과 보급에 관한 중추 역할을 담당하게 함으로써 국가 차원에서의 기술개발에 대한 조정이 용이하여 중복투자에 의한 예산 낭비나 특정 품목의 과잉생산에 의한 농정 혼선을 방지할 수 있으며, 식량자원의 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처도 가능할 것이다.

기술개발은 행정 중심적 발상이 아닌 연구의 자율성 보장에 따라 더욱 고무되고 발전된다. 그러나 보도된 바와 같이 농촌진흥청이 농림부로 통합된다면, 고도의 전문성과 자율성의 바탕 위에서 급변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연구기관의 특성이 자칫 행정을 보완하는 부분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위축될 수 있고, 또한 관료적 개념에 의하여 연구가 통제된다면 과연 개방화 시대에 기술개발을 통한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 염려된다.

위기에 처한 농업, 농촌을 살리기 위한 차기 정부의 의지와 방향이 행정편의적 통합으로 어긋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농촌진흥청의 농림부 통합은 재고되기를 바란다.

이변우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교수·한국작물학회장
2008-02-1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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