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검은 가면/최태환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검은 가면/최태환 수석논설위원

입력 2007-12-28 00:00
수정 2007-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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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크레스트(푸른 볏). 추상미술의 거장 칸딘스키의 1917년 작품이다. 현란한 블루크레스트에는 조국 러시아의 혁명과 파국을 예감한 작가의 폭발적 감성이 담겼다. 푸른 열정이 섬뜩하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다. 그림 앞에 멈췄다. 가브리엘레 뮌터의 ‘장미가 있는 가면’이 오버랩된다.

뮌터는 독일 출신이다. 독일서 활동하던 유부남 칸딘스키와 10년간 사실상 부부연을 맺었다. 화려한 색채로 주목받던 그녀는 그러나 칸딘스키의 배신과 함께 조락했다.1차대전을 앞두고 러시아를 다녀오겠다던 칸딘스키는 영영 그녀를 외면했다.1년 뒤 그곳서 젊은 여인과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믿을 수도, 인정할 수도 없는 배신이었다.‘장미꽃 가면’은 그 시절 무릎 꺾이는 좌절과 고통이 담겼다. 그녀는 깊고 긴 우울증에 빠졌다. 더이상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전시실의 칸딘스키가 어지럽다.46년전 헤어진 북한 출신 남편을 기다리는 독일인 레테나 홍이 갑자기 떠오른다. 사랑이란 때론 이렇게도 애달프고 기구한 것을.

최태환 수석논설위원yunjae@seoul.co.kr

2007-12-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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