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엔 인권위원회는 우리 정부에 대해 종교적 신념과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행위를 처벌한 것은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인권규약’을 위반한 것이라며, 침해를 당한 개인에 대한 효과적인 보상과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결정은 종교나 신념 때문에 병역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던 많은 이들에게 가뭄 끝에 단비와 같은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분단국가라는 안보현실의 특수성을 모르고 내린 잘못된 처사로서, 정부는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하라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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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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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훈 변호사
진정 유엔 인권위의 결정이 우리의 특수성을 무시한 것일까? 결정문을 보면 우리 정부가 안보현실과 병역의무의 특수성을 충분히 주장했으며, 인권위 위원들도 이에 대해 충분하고 면밀한 검토를 한 것으로 여겨진다. 아마 정부는 2004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처벌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결도 제출했을 것이다. 결국, 우리의 사법기관이나 유엔 인권위나 동일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심리를 한 뒤, 각기 다른 결론을 내린 셈이다.
왜 그런가? 결론만 말한다면 문제를 보는 각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사법기관은 헌법적 해석에 매달리며, 사회 구성원의 공감대 형성을 중시한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나 대체복무의 인정은 적어도 국민들이 안보문제보다 양심이나 종교적 자유를 더 중시하기 전에는 어려워 보인다.
반면, 유엔 인권위는 국제사회의 관행에 주목하며, 사회의 다원성에 더 큰 비중을 둔다. 따라서 의무복무제를 시행중인 다른 국가들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고 있고, 그런 다원성 존중이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하는 게 아니라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결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정부만이 ‘우리는 아니다.’라고 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유엔 인권위의 결정과 우리 사회의 논의를 보면서 우리의 인권의식, 나아가 국제사회에서의 우리의 역할에 대해 되돌아볼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과거 한국의 권위주의 정권은 국제사회로부터 인권탄압에 대한 많은 비난을 받았었다. 그때마다 항변은 ‘우리는 특수하다.’였다. 이제 우리는 경제적 발전 못지않게 민주주의와 인권을 증진해 왔다. 그럼에도 국제인권기구에서 우리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면 우리는 여전히 특수성을 강변하며, 슬며시 꼬리를 내린다. 어떤 사회든 인권문제는 존재할 수밖에 없고, 이와 씨름하며 성숙해간다. 최근 국제사회는 2008년을 목표로 ISO26000이라는 국제표준을 제정하고 있다. 이는 인권·노동·환경을 포함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국제적 표준화해 사회적 가치실현을 증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인권적 가치가 결코 빚 좋은 개살구와 같은 선언으로 끝나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우리 사회가 발전하려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한다.IT산업은 우리가 자랑하는 분야의 하나다. 여기에 우리의 민주주의 발전과 인권신장의 경험을 넣지 못할 이유가 없다. 최근 우리나라는 새로 출범한 유엔 인권이사회의 이사국으로 선임됐으며, 유엔 사무총장까지 배출했다. 국제인권기구의 권고에 대해 특수성을 외치며 무시할 게 아니라, 이것이 우리의 피와 살이 되도록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국제사회에서의 우리의 리더십은 설득력을 가질 것이다.
차지훈 변호사
2006-12-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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