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즐풍과 거풍/임병선 국제부차장

[길섶에서] 즐풍과 거풍/임병선 국제부차장

입력 2006-06-13 00:00
수정 2006-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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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벼랑밭 반뙈기도 못 가는 놈이 거풍하러 간다.”는 속담을 들은 일이 있다. 거풍(擧風)과 한 묶음인 즐풍(櫛風)의 뜻풀이를 부모님으로부터 전해 듣고 실실 웃음을 흘린 기억이 난다.

먼저 즐풍은 산마루에 올라 1년 내내 망건으로 죄고 있던 머리를 풀어 헤쳐 바람 부는 방향으로 날렸던 일을 이른다. 얼마나 시원했을까. 다른 바람은 피하고 부러 동풍 불 때 산을 찾았다 한다. 그 뒤 햇볕이 잘 내려쬐는 곳에서 바지를 벗어 하체를 노출시킨 다음, 하늘보고 누워 양기를 받아들이는 걸 거풍이라 했다. 감추고 옭매었던 생리적 속박을 단숨에 해방시킨 호연지기(浩然之氣).

몇해 전 지리 백무동에서 웃통벗고 하산하다 구릿빛 피부에 키가 훌쩍 커 한눈에 아메리카 물 먹은 것 같은 여인네들과 맞닥뜨려 식겁(食怯)한 일이 있었다.

산친구들은 호연지기를 좇고 싶어도 요즈음의 산, 사람이 나무보다 더 많아 받쳐주지 않는다고 푸념한다. 초여름, 울울한 지리로의 여정을 계획하면서 호연지기를 맛볼까 싶어 객쩍게 꺼낸 얘기다.

임병선 국제부차장 bsnim@seoul.co.kr

2006-06-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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