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반달곰의 죽음/박홍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반달곰의 죽음/박홍기 논설위원

박홍기 기자
입력 2005-08-18 00:00
수정 2005-08-18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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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골짜기에 풀어놓은 반달가슴곰이 38일만에 인간이 쳐 놓은 덫에 걸려 죽었다. 낭림32호로 불려진 반달곰은 북한의 평양중앙동물원에서 지난 4월에 기증받은 생후 1년6개월 된 암컷이다. 천연기념물 329호에 1급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있다. 낭림32호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낭림산맥에 살던 반달곰의 후손이다.

정부는 멸종 위기종 복원사업으로 지금껏 연해주산 6마리와 북한산 8마리를 지리산에 방사했다.14마리 중 지난달 연해주산 ‘칠선’이는 등산객의 배낭을 잡아채고 모자를 낚아채 달아나는 등 야생 생활의 적응에 실패해 격리시킨 상태이다. 낭림32호는 지난 7일 8월의 왕성해진 식욕을 채우기 위해 먹이를 찾아 헤매다 죽음을 맞았다. 다행히 나머지 12마리는 아직까지 별탈이 없다.

야생 반달곰은 먹이사슬에서 포식자에 속하는 상위동물이지만 현재 남쪽에서는 단 한마리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마구잡이 포획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에만 반달곰 1000여마리,1950년∼70년대에는 160마리나 사냥꾼 등에게 잡힌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83년 설악산에서 한 마리가 총에 맞아 죽은 후엔 자취조차 사라졌다.

정부는 오는 2012년까지 지리산에 반달곰 50마리를 방사할 예정이다. 반달곰의 개체 수를 늘리자는 단순한 차원이 아니다. 반달곰의 복원을 통해 지리산의 불균형한 생태계를 되찾는다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인간과 자연이 공생할 수 있는 환경을 복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생 동물이 포획대상에서 보호 대상으로 인식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정부의 생물종 다양성 확보라는 구호가 낯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낭림32호의 죽음은 인간과 야생의 충돌이라는 예견된 일을 다시금 생각케 한다. 농작물의 피해를 입는 주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야생동물은 삶의 터전을 놓고 벌이는 한판 싸움의 대상이다.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이기에 더욱 그렇다.

곰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사슴을 직접 만져보는 미국의 국립공원과 같은 곳을 만드는 일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인간과 자연의 진정한 공생을 위해서는 야생 동물 보호에 대한 의식 변화와 함께 생존터를 지키려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나 보상 등 기본적인 것부터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듯싶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2005-08-1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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