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광화문’ 정치논란 안된다/임창용 문화부 차장

[오늘의 눈] ‘광화문’ 정치논란 안된다/임창용 문화부 차장

입력 2005-01-27 00:00
수정 2005-01-2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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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이 추진중인 광화문 현판 교체사업이 엉뚱한 논란으로 비화할 조짐이 보인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한글현판 ‘광화문’을 정조대왕의 글씨를 집자한 현판 ‘光化門’으로 바꾸는 방안에 대해 일부 보수 일간지들은 ‘박정희의 흔적을 지우려는 정치적 음모’로 몰아붙이고 있다. 여기에 한글 관련 단체들까지 나서 ‘한자 숭배’ 의혹을 제기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그 자체로 큰 모순을 안고 있다. 우선 1968년 광화문을 복원할 때 박 전 대통령이 한글로 현판을 쓴 행위는 ‘원형보존’이라는 문화재 복원의 기본을 깨뜨린 어이없는 행태였다. 문화재의 생명은 원형 유지와 함께 존재할 수 있으며, 문화재 전문가들이 문화재 복원·보수시 시종일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노심초사하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굳이 정치적 음모를 거론한다면 오히려 당시 최고 권력자로서 원형을 훼손한 행위가 그 대상으로 더 어울리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은 합당치 않은 ‘정치적 음모설’에 휘말려 원형이 훼손된 또 다른 현판들이 더 이상 제 모습을 찾기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박 전 대통령은 광화문 현판 말고도 아산시 현충사 편액, 경기 파주시 ‘화석정’(花石亭) 편액, 경북 안동시 ‘영호루’(映湖樓) 편액 등 꽤 많은 현판을 직접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두 원형을 살려 문화재로서의 생명을 되찾아야 할 것들이다.

한글 관련 단체들이 현판 교체를 두고 ‘한자숭배’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생뚱맞게 들린다. 원형을 찾아 현판에 원래 씌어 있던 한자로 바꾸겠다는 것에 어떻게 ‘한자 숭배’를 개입시킬 수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현판글씨의 원형이 한글이었다면 당연히 한글로 쓸 것이고, 한글이나 한자가 아닌 제3의 글자라고 해도 해당 글자를 찾아 써야 할 것이다. 그것이 문화재의 원형이라고 본다. 이번 사안은 문화재적 원형찾기의 문제일 뿐, 결코 정치적 음모론이나 한글·한자 사용 논란으로 변질되어선 안 된다.

임창용 문화부 차장 sdragon@seoul.co.kr

2005-01-2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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