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래를 내다보는 농지제도 개선을/서성배 농업기반공사 부사장

[기고] 미래를 내다보는 농지제도 개선을/서성배 농업기반공사 부사장

입력 2004-08-09 00:00
수정 2004-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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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시장 개방을 앞두고 정부가 우리농업의 체질 강화를 위해 농지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제도 개선의 핵심은 농지전용규제 완화와 비농업인의 농지소유 허용에 있다.정부는 이번 농지법 개정에서 농업진흥지역 안의 시설 설치와 농업진흥지역 밖의 농지에 공장과 대규모 창고 등이 들어설 수 있도록 전용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지역균형발전과 도시자본의 농촌 유치를 위한 전략이다.

이와 함께 도시민들도 농지를 무제한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사실상 비농업인의 농지소유를 허용했다.

1949년 농지개혁 이후 50년 이상 지켜온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대폭 완화된 획기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비농업인은 농지를 구입하면 신설될 농지은행에 5년 이상 빌려주고,농지은행은 이를 전업농 등에 임대함으로써 헌법상의 경자유전 원칙은 유지하도록 했다.

이같은 소유와 이용의 규제완화에 대해 반대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이미 경자유전의 원칙이 붕괴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농지소유 구조는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체 농지 중 임차농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70년 17.8%에서 2002년 44.8%로 증가했다.임차 농가의 비율은 30%에서 71.7%로 급증한 상태다.

개방화에 대비한 농업구조 개선사업 역시 97년부터는 농지 매입보다는 농지임대차에 의한 영농규모 확대 쪽으로 전환되었다.최근에는 쌀 공급 및 재고과잉과 가격하락,농산물 시장의 추가 개방 등에 따른 탈농(脫農)의 급증 등으로 농지가격 하락이 불가피하게 됨에 따라 농지 소유 및 이용에 관한 규제를 완화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그뿐만 아니라 법 규정 및 제도가 농업의 복합산업화,도농(都農)교류의 그린투어리즘 등 농촌개발 정책을 활성화하는 데에도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부담이 크다.

이제는 이같은 현실을 과감히 수용하고 새로운 농정 환경에 발맞춰 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우리 농업·농촌은 세계시장의 일부로 편입되어,농지 소유와 이용에 관한 규제를 풀지 못한다면 국제무대에서의 위기대응 능력을 확보할 수가 없는 처지가 되었다.

농지제도의 개선으로 침체됐던 우리 농업·농촌은 보이지 않는 시장의 흐름 속에서 서서히 활기를 되찾을 것이다.대규모 경작농이 육성되고 농지 위에 공장과 관광 시설이 들어서는 등 새로운 생명력이 움틀 것이다.

물론 새 제도에는 해결해야 할 난제도 많다.우선 비농업인의 농지소유 허용 및 전용규제 완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농지제도 개선 방안에는 투기나 난개발을 유발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5년 이상 농지은행에 임대해야 한다고 하지만 임대기간 종료 후에는 지가(地價)차액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특히 대도시 주변은 투기 수요가 몰릴 수 있어 이에 대한 철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만 한다.

아울러 농지전용에 대비한 별도의 농지보존 대책도 필요하다.우리의 경우 농지보존 목표 면적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농지는 한번 전용되면 결코 원상태로 돌아오기가 어렵기 때문에 충분한 보존목표 면적을 설정해야 한다.농지를 보존함으로써 식량안보에 대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경자유전이라는 견고한 이념의 틀을 완화해 개혁적으로 마련된 제도개선이 투기와 난개발로 얼룩지지 않고,농촌의 위기 극복과 새로운 농업의 미래를 창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국민 모두의 지원과 협조가 필요하다.

서성배 농업기반공사 부사장
2004-08-0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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