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경기 안 좋은데 취업자는 계속 증가…기현상 배경은?

제조업 경기 안 좋은데 취업자는 계속 증가…기현상 배경은?

입력 2016-02-21 10:11
업데이트 2016-02-2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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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부진 속 ‘성장없는 고용’ 두드러져…정부 “원인 분석중”

제조업 경기가 안 좋은데도 일자리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고용 미스터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14년부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제조업 분야에서 공장 자동화 등의 영향으로 ‘고용없는 성장’이 문제가 됐다.

그런데 ‘성장없는 고용’으로 특징지울 만한 경제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과 정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직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 제조업 생산지수 하락했는데도 고용은 증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제조업의 성장없는 고용이 화두였다.

공장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중국 등 임금이 싼 해외로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속속 옮기면서 기업 이익은 쑥쑥 증가했지만 국내 일자리는 늘지 않았다.

다른 나라의 상황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조업의 일자리 창출력이 크게 약화되자 미국 등 주요국은 2008년 이후 ‘제조업 성장→고용 창출→성장동력 제고’의 선순환 효과를 기대하며 앞다퉈 제조업 재건에 나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동안 우리나라에선 제조업 경기가 좋으면 고용이 늘고, 경기가 나쁘면 일자리도 줄어드는 모습이 나타났다.

정상화되는가 싶었던 경기와 고용의 관계는 오래가지 않았다.

제조업 생산지수가 2014년 상반기부터 떨어지고 있는데도 취업자 수는 늘어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제조업 일자리 증가는 자동차 관련 산업에서 두드러진다.

보통 일자리는 경기가 개선되거나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강해질 때 늘어나는데 수출 부진으로 자동차 산업 경기는 좋은 편이 아니다.

한 국책 연구원 관계자는 “경기 시그널이 좋지 않은데 고용은 왜 호조인지에 대해 연구자들도 관심이 많지만 아직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무성한 추론…구조조정 부진·뿌리산업 국내 잔류·벤처창업 증가 영향?

‘성장없는 고용’이 왜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선 다양한 추론이 나온다.

첫 번째는 중국의 임금 상승으로 기업들의 생산기지 이전 흐름이 둔화하면서 국내에서 고용이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뿌리산업이 중국으로 가지 않고 한국에 남아있으면서 장년층 고용을 흡수한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뿌리산업이란 제조업 품질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주조·금형·용접·표면처리·열처리 등의 기술분야다.

청년층이 주로 중소업체인 뿌리산업체 취업을 원치 않는 경향이 있어 직원 연령층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근로시간이 줄어든 점이 고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나타난 결과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야근과 추가 근로를 줄이고 그만큼 새로 고용을 하면, 생산량은 같은데도 고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한계기업, 좀비기업들이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아 고용이 계속해서 유지되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이 견해에 동의했다.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실제로는 고용 여력이 없는 조선, 해운업 등에서 고용이 유지돼 전체적으로 고용 증가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벤처기업 창업이 활발해지면서 제조업 사업체 수가 증가하고, 중소 제조업체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많이 쓰면서 고용이 늘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수출부진 장기화 땐 결국 고용 감소 불가피…올해가 분수령 될 듯

문제는 지금의 ‘성장없는 고용’이 깨질 경우 전체 고용지표가 꺼지면서 경기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1월 전체 신규 취업자 수인 33만9천명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2.8%에 달하는 등 제조업이 취업자 수 증가를 이끄는 상황이다.

전체 취업자 증가 대비 제조업 신규 취업자 비중은 2011년에는 3.2%에 불과했지만, 2013년(20.4%)과 2014년(27.4%)을 거치며 늘어나고 있다.

기업들이 지금은 어려워도 직원 구조조정을 ‘최후의 보루’로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지만, 수출 부진이 올해까지 이어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수출 감소가 지속되고 장기화한다면 제조업 고용은 줄어드는 쪽으로 방향을 틀 것”이라며 “수출이 재작년부터 안 좋았는데, 이에 따른 고용 감소가 언제쯤부터 나타날지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어떻게든 수출·내수를 유지하면서 버텨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제조업은 고용창출력이 높기 때문에 정부가 제조업 기반의 유망산업 발굴에 좀 더 힘써야 한다”며 “유망 제조업에 과감히 인센티브를 줘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비스산업의 경우 고급·저급 일자리로 양분되는 경향이 있는데, 제조업은 안정된 정규직 일자리 위주이기 때문에 제조업 기반의 경기 선순환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유럽 경기가 흔들려도 독일이 굳건한 것은 제조업에 기반을 둔 산업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유망 서비스업 발굴도 중요하지만 고용을 생각하면 제조업 정책을 가장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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