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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념이 안 통한다’…경제지표 기현상

‘통념이 안 통한다’…경제지표 기현상

입력 2010-09-28 00:00
업데이트 2010-09-28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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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국내외 경제가 기존 통념을 뒤집는 현상들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산시장에서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채권과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주식의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점이다.

 또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예금 금리는 빠르게 내리고 있는데 반해 대출 금리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저금리와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정부의 주택대출 규제 완화에도 집값은 요지부동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를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경기 흐름이 바뀌는 전환점에 있거나 불확실성이 커지면 각종 지표가 한쪽을 가리키지 못하고 다양한 방향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식·채권 동반 강세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시장의 가장 큰 흐름은 주가와 채권 값의 동반 강세다.

 코스피지수는 27일 1,860.83으로 마감해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고,코스피시장의 시가총액도 1천29조7천92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권 값도 초강세다.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달 9일 3.35%로 작년 1월8일 3.26% 이후 최저치(채권값 최고치)를 경신했다.5년 만기 국채 금리는 27일 연 3.82%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가와 채권 값의 동반 강세는 달러화 약세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 압력(원화 값 강세)을 받는 데다 국내 주식과 채권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기 때문이다.특히 원화는 다른 나라 통화들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어 외국인 투자자로서는 국내 주식과 채권 투자 때 환차익까지 누릴 수 있어 매력적이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실질 실효 환율의 수준(기준치 100보다 낮으면 저평가,반대면 고평가)은 8월 현재 한국이 85.48로,싱가포르(123.25) 호주(119.08) 일본(113.93) 스페인(103.86) 중국(91.11) 홍콩(90.33) 미국(86.1) 등보다 낮다.

 동부증권 문홍철 채권전략가는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으로 달러는 약세,다른 통화들은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원화는 상대적으로 더 저평가돼 있다”며 “금리 이점도 커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기에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예금금리-대출금리 엇박자

 시중은행들은 지난 9일 기준금리 동결 이후 급락세를 보인 시장금리를 즉각 반영해 정기예금 금리를 내리고 있다.현재 은행권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금리는 연 3.50~3.60%로 8월 말보다 0.10~0.20%포인트 낮다.

 반면 대출 금리는 최근 한 달간 오히려 올랐다.은행들은 지난 16일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종전보다 0.06%포인트 올렸다.

 은행들의 코픽스 연동 신규 취급 기준 주택대출 금리는 최근 넉 달간 0.30%포인트 오르고 잔액 기준 주택대출 금리는 5개월간 0.23%포인트 내려갔다.코픽스 연동 대출 금리는 한 달에 한 번씩 조정되기 때문에 시장금리 움직임이 바로 반영되는 예금 금리보다 조정 속도가 늦다.

 금융연구원 이재연 연구위원은 “통상 시장금리의 움직임이 예금과 대출 금리에 반영되는 데는 어느 정도 시차가 발생한다”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자금이 풍부해 예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금리 급락기에는 은행에 유리한 방향으로 금리가 조정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값 고공행진 왜?

 안전자산의 대명사로 꼽히는 금 가격도 고공행진하고 있다.지난 24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1.8달러 오른 온스당 1,298.10달러를 기록했으며 장중에는 사상 처음으로 1,300달러를 넘기도 했다.

 9월 들어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8.4% 상승해 9월 지수 상승률로는 1939년 이후 최고를 기록하는 등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있는데도 금값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달러화 가치 하락과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최근 국내외 주가 상승에도 미국,유럽 등의 경기 둔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필요할 경우 추가 양적 완화 정책을 취하겠다고 밝힌 점도 금값을 끌어올렸다.달러가 더 풀리면 자산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데다,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기 때문이다.

 중국이 외환보유액 다변화 차원에서 금을 사들이고 있고,가을 결혼철을 앞두고 세계 제1의 금 수입국인 인도의 보석용 수요가 늘어나는 점도 금값 상승의 한 배경으로 꼽힌다.

 ◇저금리와 규제완화에도 집값 ‘요지부동’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하고 금리가 낮으면 부동자금이 부동산에 몰려 집값이 상승하는 게 과거의 일반적인 유형이었다.하지만,최근에는 저금리 기조 속에 정부가 ‘8·29대책’을 통해 주택대출 규제를 완화해도 집값은 꿈적하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3주 연속 보합세를 지속했으며 작년 말보다는 2.0% 하락했다.반면 전세가격은 작년 말보다 5.1%나 올랐다.

 집값이 더 내려갈 것으로 보고 수요자들이 주택 구매를 미루고 전세로 몰리면서 전세금이 뛰는 것이다.

 국민은행 임채우 부동산팀장은 “‘만약 집을 샀다가 집값이 내려가면 어떡하나’라는 불안감이 팽배해있다”며 “인구 감소 등 구조적 문제와 미분양 주택이 여전히 많은 점 등이 집값 하락을 예상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부동산 시장은 기대심리에 의해 많이 좌우되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정부의 어떤 대책도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지주 송태정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경제현상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불확실성”이라며 “경기선행지수가 떨어지는데 동행지수는 상승하는 등 각종 경제지표가 엇박자를 내는 것은 경기흐름이 바뀌는 시점에 많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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