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퇴임땐 참회록 쓰지 않길”

“여러분 퇴임땐 참회록 쓰지 않길”

입력 2011-12-30 00:00
수정 2011-12-30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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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항도 前실장 장문의 편지

“말없이 물러가는 것이 도리겠으나 1만 일 넘게 일했던 곳을 떠나려니 소회가 없을 수 없어 몇 자 적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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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항도 전 기획조정실장
최항도 전 기획조정실장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언제나 남은 자들의 마음을 허전하게 만든다. 이번 서울시 인사에서 30년 공무원 생활을 마감하게 된 1급 공무원이 후배 직원들에게 ‘참회의 편지’를 남겨 연말 동료들의 마음에 착잡함을 더하고 있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항도 전 기획조정실장은 시 직원 게시판에 ‘최항도, 이제 서울시를 떠나려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A4용지 4장에 이르는 편지를 남겼다.

최 전 실장은 궁벽한 시골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졸업 때 아버지를 잃고 형제를 뒷바라지했던 청소년기, 공장 직공으로 시작한 서울 생활, 고학과 검정고시 끝에 25세 때 행정고시에 합격하며 시작한 공무원 생활을 하나하나 되짚었다. 그러면서 “타고난 본성은 내성적인 샌님형이었으나 질곡의 삶을 살다 보니 후천적으로 원만한 구석 없이 까다롭고 거친 성정으로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시민들에게 열심히 봉사하지 못하고, 오만과 독선으로 동료·선후배를 불편케 한 점, 사랑하는 가족에게 자상한 가장이 돼 주지 못한 점 등에 대해 차례로 참회의 말을 전했다. 그는 “여러분이 공직을 마무리할 때에는 저의 참회록에 여러분의 것을 덧입히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고 당부하며 글을 맺었다.

최 전 실장은 공무원 시절 까다로운 상사로 ‘악명’을 날렸다. 후배들이 ‘최강도’ ‘도끼’라고 부를 정도로 팍팍한 선배였다. 그만큼 참회록 형식을 빌려 남긴 편지의 울림도 크다.

한 서울시 공무원은 “상당한 분량이지만 한번에 읽어 내렸을 정도로 후배들의 마음에 와 닿는 감동적인 글이었다.”며 “까다로운 상사로 통했지만 본래 여린 분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더 허전하다.”고 전했다.

함께 서울시를 떠나는 김효수 전 주택본부장, 이인근 전 도시안전본부장, 정순구 전 시의회 사무처장도 편지를 남겼다.

김 전 본부장은 주로 치열했던 주택본부장 시절의 업무를 돌아보며 “뉴타운 등 많은 과제를 남겨 놓고 가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 전 본부장은 “서울시에 있었기에 제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었고, 여러분의 도움이 있어 이를 발휘할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알렸다. 정 전 처장은 “여러분의 능력과 열정으로 희망 서울, 더불어 행복한 서울을 이루시길 시민의 한 사람으로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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