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의 종교로 읽는 세상] 축복도 죄가 되나요

[김성호의 종교로 읽는 세상] 축복도 죄가 되나요

김성호 기자
입력 2020-06-28 20:52
수정 2020-06-29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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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1992년, 그러니까 28년 전 이맘때쯤 종교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희대의 사건이 있었다. 개신교 감리교회(기독교대한감리회)가 이 교단 신학교인 감리교신학대 학장을 지낸 신학자 변선환(1927~1995) 목사를 출교(黜敎) 조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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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축복기도를 집례해 감리교회로부터 기소돼 재판받는 수원 영광제일교회 이동환 담임목사 대책위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감리회본부 앞에서 재판에 반대하는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축복기도를 집례해 감리교회로부터 기소돼 재판받는 수원 영광제일교회 이동환 담임목사 대책위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감리회본부 앞에서 재판에 반대하는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교회 바깥에서도 구원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 변 목사의 다원주의 발언이 화근(?)이었다. 신학의 토착화를 외치며 다원주의를 펼쳤으니, 성경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다는 근본주의의 개신교단에서 용서할 수 없는 이단 신학자로 낙인찍힌 것이다.

출교는 목회자와 신자의 자격을 박탈당한 채 교회에서 영원히 거세되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극형이다. 출교 3년 후 연구실에서 세상을 떠난 변 목사는 지금도 종교 간 화합과 다원주의를 말할 때 회자된다. 타 종교를 존중하고 대화를 시도했다는 이유로 ‘적그리스도’ 취급을 받고 종교재판에 회부됐던 변 목사 사후 한국 종교계에선 화합과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노력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변 목사가 초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는 그 첨병이다. 불교,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 민족종교협의회 등 7대 종단 협의체인 KCRP는 해마다 종교 간 화합주간 행사를 연다. 신자들이 성당이며 절집, 교당, 예배당 같은 이웃 종교 시설을 교차 방문해 서로 종교를 알아가도록 주선도 한다. 그 앎과 이해의 모토는 바로 `다름도 아름답다´이다.

천주교와 개신교의 화해와 일치에 나선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신앙직제협의회)도 특별한 사례다. 천주교주교회의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한국정교회가 참여한 이 협의회는 천주교를 이단시하는 일부 보수 개신교계의 반대 시위로 가끔씩 골치를 앓지만 일치기도회며 신학 대화모임을 잇고 있다. 2017년에는 교황청과 루터교세계연맹이 함께 작성한 `갈등에서 사귐으로´를 신구교 신학자들이 공동 번역 출간해 세계 기독교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런데 유독 보수 개신교 안쪽은 변화가 없어 보인다. 부쩍 늘어가는 종교 간 화합과 화해의 몸짓과는 달리 성경과 예배당에 몰두하는 배타의 신행과 고집스런 독단이 활개 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최근 감리교단에서 한 목회자를 놓고 `출교´를 다시 들먹인다. 지난해 8월 31일 인천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해 성소수자 축복식을 집례한 수원 영광제일교회 이동환 담임목사를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재판위원회에 회부한 것이다. 교회법인 `교리와 장정´에 어긋난 행위를 했다는 혐의다.

이 교리와 장정에는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가 범과(잘못을 저지름)에 해당한다. 재판에 지면 이 목사는 출교의 중징계를 당할 수 있다니 28년 전 변 목사의 종교재판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다. 지인의 요청으로 성소수자 축복식을 집례한 것으로 알려진 이 목사는 `축복도 죄가 되느냐´며 교단의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2016년 경북 김천 개운사 법당 훼손 사건에 개신교 신자 대신 사과하고 복구 기금을 모금한 서울기독대 손원영 교수는 해고됐다가 법원 승소와 재단 이사회의 복직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학교 측 방해에 막혀 출근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학교 측은 손 교수가 불교 법회에서 `예수님은 육바라밀(6가지 수행덕목)을 실천한 보살´이라고 한 것을 문제 삼는다. 손 교수 발언은 예수의 신성과 삼위일체를 부정한 것으로 정통 교리를 따르지 않는 이단행위라는 입장이다. 손 교수 복직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가 꾸려지고 각 종교 전문가들이 종교 간 대화 모임을 만드는 추세와는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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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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