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체호프는 올 가을 한국 공연계가 유난히 사랑한 극작가다. 말리극장의 ‘세자매’, 타바코프극단의 ‘바냐아저씨’ 등 러시아 유명 극단의 작품들이 성황리에 공연된 데 이어 이번엔 러시아의 촉망받는 연출가 유리 부투소프가 한국 배우들과 공동작업한 ‘갈매기’가 무대에 오른다. 예술의전당이 개관 20주년 기념작으로 공들여 기획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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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부투소프는 셰익스피어의 고전이나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같은 부조리극을 독창적인 해석과 과감한 생략법 등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창조하는 연출가로 이름높다.2003년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보이체크’로 한국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체호프의 4대 희곡 중 하나인 ‘갈매기’는 여배우를 지망했다 좌절하는 니나와 작가를 꿈꾸는 청년 트레플레프, 은퇴한 여배우 아르카지나, 위선적인 작가 트리고린 등 각양각색의 인물들을 통해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부투소프는 체호프 특유의 비판적 사실주의극인 이 작품을 삶의 부조리한 이면에 초점을 맞춘 현대적 부조리극으로 재해석해낸다. 그는 “체호프는 현대 연극사의 첫번째 부조리극 작가”라면서 “의사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냉혹한 작가인 체호프는 다른 작가들이 다루지 못했던 인생의 진실을 단순하고 명료하게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품 안에 담긴 많은 테마 중 한 두개에만 집중하면서 나머지는 과감하게 생략하거나 줄이는 그의 연출 기법은 원작과 차별되는 독창적인 ‘갈매기’를 선사할 예정이다. 번역과 협력연출을 맡은 김종원은 “2004년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갈매기’가 원작에 충실했다면 부투소프의 ‘갈매기’는 현재 시점에서 우리들의 고민을 담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는 부투소프와 여러 차례 작업한 무대디자이너 알렉산드르 슈시킨이 함께 한다.‘보이체크’‘꼽추, 리처드3세’등 한국 무대 경험이 풍부한 슈시킨은 음습하고 우울한 세상과 비정상적인 캐릭터들의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 높고 삐딱한 무대, 상식을 뛰어넘는 소품과 의상 등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출연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영화배우 겸 탤런트 김태우가 트레플레프역을 맡아 연극에 처음 도전하고, 남명렬·정재은·이호성·김소희·김경익 등 탄탄한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참여한다.7~23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02)580-130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08-11-0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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