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영화] 수녀와 무법자

[토요영화] 수녀와 무법자

강아연 기자
입력 2008-09-06 00:00
수정 2008-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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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와 무법자(EBS 세계의명화 오후 11시25분) 떠돌이 총잡이 호건(클린트 이스트우드)은 황야를 지나다, 부랑자들에게 겁탈당할 위기에 놓인 한 여자를 구해준다. 알고 본즉 그녀는 사라(셜리 매클레인)라는 이름의 수녀다. 사라는 프랑스군에 반대하는 멕시코 혁명군을 찾아나선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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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건은 사라와 동행한다. 겉으로는 프랑스군에게서 사라를 보호한다는 명목을 내세우지만, 사실은 멕시코 혁명군을 도와주는 대가로 금괴를 받을 속셈이다. 호건의 유일한 삶의 목표는 돈이다. 하지만 사라의 삶의 지향은 완전히 다르다. 선량한 멕시코인들을 잔혹하게 죽이며 식민지를 약탈하는 프랑스군을 깊이 증오하는 그녀는 멕시코 혁명군을 돕고 있다.

이유는 다르지만, 어찌됐건 멕시코 혁명군에 동조하고 있는 두 사람은 함께 프랑스 수색대에 쫓기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묘한 우정을 쌓아간다.

1970년작 ‘수녀와 무법자’는 언뜻 서부극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멜로영화에 더 가깝다. 자신의 성적 욕구를 노골적으로 밝히면서도 냉소적인 여성관을 내비치는 호건이 수녀와 동행하는 모습은 팽팽한 성적 긴장을 자아내면서도 유머러스하다. 당대 최고의 스타였으나, 스타일이 전혀 다른 두 배우 이스트우드와 매클레인은 이 작품에서 무법자와 수녀로 만나 묘하게 시선을 끈다. 마치 즉흥연기를 펼치는 듯 살아있는 연기대결이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영화 속 이스트우드는 그의 전작 셀지오 레오네의 ‘석양의 건맨’‘석양의 무법자’ 등에서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전쟁의 명분 따위는 안중에 없이 돈에만 정신이 팔린 냉소주의자로서의 캐릭터는 얼핏 닮은꼴이다. 하지만 영화가 차별점을 찍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빼어난 유머와 재치가 균형을 이룬, 독특한 질감의 코믹 서부극으로 빚어졌다는 대목이다. 멕시코의 광활한 풍광, 엔니오 모리코네의 배경음악, 사라를 둘러싼 예상밖의 반전장치 등이 흥미를 더한다.

영화를 연출한 돈 시겔 감독은 1945년 단편영화 ‘밤의 별’로 데뷔했다. 이후 그는 도덕관이 모호한 남성 영웅 캐릭터를 내세운 작품을 주로 선보였다. 그가 본격적으로 명성을 얻게 된 작품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출연한 ‘일망타진’과 ‘더티 해리’.

1971년작 ‘더티 해리’는 사이코 범죄자를 쫓는 경사 이야기를 다뤘는데, 감독의 손을 떠난 이후로도 계속해서 시리즈로 만들어졌다. 개봉 당시 ‘더티 해리´에 특별한 시대적 의미를 부여한 시각들이 많았다. 히피운동과 반전데모가 횡행하는 시대에 위기를 느낀 보수세력의 무의식을 반영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원제 ‘Two Mules for Sister Sara’.114분.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2008-09-0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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