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100역’ 한 눈 팔면 놓쳐요
이 공연, 뭐라 설명하기 힘들다.주최측에서도 “장르조차 불확실하다.”고 말할 정도다. 우선 눈 깜짝할 새 이뤄내는 둔갑술은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지난달 28일 열린 쇼케이스. 무대에 홀로 등장한 주인공은 아르트로 브라케티. 기네스북에 ‘퀵체인지’의 대가로 등재돼 있는 그는 세상에서 옷을 가장 빨리 갈아입고 얼굴, 나이, 성별까지 바꾸는 보기 드문 예술가다.
●99년 캐나다서 초연… 관객 100만명 동원
이날 그는 무대 중앙에 놓인 상자 뒤로 들어갔다 나오거나 온몸을 가리는 긴 천을 한번 펄럭일 때마다 미국 남북시대 기마병에서 꿀벌로 다시 꽃봉오리로, 각선미 뽐내는 여성으로, 일본 사무라이로, 순식간에 무려 7가지 캐릭터로 변신했다.
입에서 양팔 가득 실타래를 뽑아내고 허공에 뿌린 종이 꽃가루는 금방 보석처럼 검은 옷에 박혀 빛을 뿜는다.
구멍 난 검은 모자 하나를 이리저리 쓰면서 클레오파트라, 나폴레옹, 스칼렛 오하라가 됐던 그는 이어지는 그림자 놀이에서 기발한 상상력과 야무진 손끝으로 갖가지 동물들을 하얀 천 위에 걸린 인공 달 위에 띄웠다.
이 희한한 1인극은 ‘브라케티 쇼’. 내년 1월 국내 공연을 앞두고 아르트노 브라케티가 내한, 약 20분간 선사한 맛보기 공연은 짧았지만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푸짐한 무대였다.
“(자신의 쇼를 제작하는)프로듀서가 나를 복제하고 싶어 한다.”고 너스레를 떨 만큼 ‘퀵체인지’에 있어서는 필적할 만한 상대가 없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퀵체인지’는 16세기 이탈리아에서 내려오는 전통 예술 가운데 하나였으나 명맥이 끊어졌다가 21세기 들어 브라케티에 의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성남 아트센터·예술의전당서 공연
‘브라케티 쇼’는 1999년 캐나다에서 초연된 뒤 지금까지 1000회 공연을 통해 100만 관객을 동원했다.
브라케티 쇼의 매력은 눈이 휘둥그레지는 시각적 현란함이 단연 앞서지만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꾸민 ‘동심 찾기 드라마’가 발휘하는 흡입력도 무시할 수 없다.
외톨이로 영화만이 친구였던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할리우드 옛 명화들의 한 장면을 파노라마처럼 재연하는 ‘시네마 천국’은 잊고 있던 동심과 향수를 한껏 불러일으킬 만하다.
그는 공연을 본 성인 관객들로부터 “‘내 어린 시절을 되찾게 해줘서 고맙다.’라는 반응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2시간 동안 퀵체인지, 그림자 놀이 외에 마술, 마리오네트 등 갖가지 재능을 펼쳐 보일 그의 공연은 사실 드라마의 맥락은 이해하기 힘들더라도 풍부한 볼거리로 아이들이 환호할 만한 구석이 더 많아 보인다.
다소 비싼 티켓값이 아쉽다.
내년 1월4∼20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4만∼11만원),1월23일∼2월1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5만∼13만원)에서 공연된다.(02)2149-8810∼3.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2007-12-0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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