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구기자의 아테네 리포트] 인터뷰도 당당한 남남북녀

[이창구기자의 아테네 리포트] 인터뷰도 당당한 남남북녀

입력 2004-08-18 00:00
수정 2004-08-1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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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은 시상식이 끝난 뒤 공식 기자회견을 갖는다.각국의 기자들은 통역을 사이에 두고 온갖 질문을 쏟아낸다.

미국이나 유럽 선수들은 인터뷰에 익숙해서인지 껄끄러운 질문을 유머러스하게 넘기는 여유를 보이기도 한다.이에 견줘 한국을 비롯한 동양 선수들은 “이겨서 기쁘다.”는 등의 판에 박힌 답변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17일 새벽(한국시간) 잇따라 공식기자회견을 가진 북한 처녀 계순희(25)와 남한 청년 이원희(23)는 솔직담백하고 당당한 답변으로 기자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아깝게 은메달에 그친 계순희의 얼굴은 수줍은 듯 빨갛게 달아올랐다.눈에는 이슬이 맺혔지만 꾹꾹 참는 것 같았다.

“제가 무엇인가 부족했기 때문에 졌다고 생각합니다.뉘우침이 많습니다.응원해준 남녘 동포들에게 감사드립니다.우리는 꼭 하나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남쪽에 저의 팬클럽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계순희는 질문 하나하나를 빼놓지 않고 침착하게 답변했다.패배를 인정하고 새롭게 각오를 다지는 모습은 무척 야무졌다.인터뷰를 마치고 코치와 함께 걸어가다 참았던 눈물을 주르르 흘려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원희는 평소 자신의 소신을 당당하게 말했다.“여자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에 “시합에 나서면 절대 냉정해야 하는데 사랑을 하게 되면 흔들릴 것 같아 사귀지 않았다.”고 답했다.자신의 목표는 유도 역사에 길이 남을 선수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금메달을 따기까지 직면했던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고,어떤 훈련을 했는지도 설득력있는 어조로 잘 풀어나갔다.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한 사람의 말은 횡설수설이 되기 일쑤고,진실되지 못한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운동을 하기에도 바빴을 텐데 어쩌면 그렇게 뚜렷한 가치관을 세웠을까.남과 북의 ‘유도 영웅’이 한반도의 젊은 기상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window2@seoul.co.kr
2004-08-1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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