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 환자에 희망을]유전성 소뇌위축증 이상규씨

[희귀병 환자에 희망을]유전성 소뇌위축증 이상규씨

입력 2004-08-06 00:00
수정 2004-08-06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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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떠난 어머니로부터 잉태된 천형(天刑)이 완치되면 꼭 향고래를 보러 바다로 가고 싶다는 이상규(31·서울 구로구 고척동)씨.그는 하루 종일 두평짜리 방안에서 컴퓨터 모니터로 세상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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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상과 만나는 유일한 창인 컴퓨터 앞…
지금 세상과 만나는 유일한 창인 컴퓨터 앞… 지금 세상과 만나는 유일한 창인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이상규씨.그가 앓고 있는 소뇌위축증이 아직은 불치질환이지만, 세상으로 복귀하는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상규씨는 유전성 희귀질환인 소뇌위축증(ataxia)을 앓고 있다.온 몸의 기능이 시간이 지날수록 퇴행한다.다리가 마비되고 손을 쓰지 못하고 운동능력을 잃는다.앞이 보이지 않고 언어와 사고 능력도 사라진다.한국인에게는 100만명 가운데 1명 꼴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4남매의 막내인 상규씨는 10년 전만 해도 해병대에 자원 입대할 만큼 건강했다.그러나 군 복무 중 조금씩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대열에서 줄이 어긋났고 행군을 하면 걸음은 비틀거렸다.제대한 뒤 병원을 찾아서야 병명을 알게 됐다. 상규씨의 가족사는 참 불행하다.돌 무렵 어머니는 같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이혼당한 큰누나(42)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며 지금도 누워 지낸다.군 입대를 앞둔 그녀의 아들(20)마저 손이 떨리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막내누나(35)는 계단을 혼자 힘으로 걷지 못한다.그녀에게는 8살된 딸이 있다.아직 건강한 둘째누나(38)는 끝내 임신을 거부했다.병을 더 이상 물려줄 수 없다는 이유였다.소뇌위축증은 부모 한 쪽의 유전자로 2·3세에게 옮겨진다.

경비원으로 일하는 아버지(70)는 “자식들에게 병을 물려준 못난 애비라…사는 게 너무 미안하고 죄스럽다.”며 상규씨를 붙잡고 밤마다 한참을 운다.

“보오∼통 사∼람은 미∼래가 부울∼확실 하잖아요.자∼알 될 수도 있고 모∼옷 될 수도 있잖아요.저는 미∼래가 보이거든요.누∼워 있는 누∼나의 모습을 보면 10년 후,5년 후에 저∼렇게 되겠구나.늘 죽∼음을 가∼깝게 생각해요.” 그는 인터넷에서 소뇌위축증 환자들의 커뮤니티(www.freechal.com/ataxia)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지난해까지만 해도 활발히 운영됐던 오프라인 정기모임은 올해 사라졌다.회원들이 더 이상 걸을 수 없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국내 소뇌위축증 환자들의 유일한 희망은 줄기세포 유전자 연구.정상적인 줄기세포에서 배양된 유전자를 이식하면 완치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는 사후 자신의 몸을 임상실험에 쓰면 좋겠다고 또박또박 분명하게 말했다.

상규씨는 석달에 한차례 병원에서 임상실험용 약을 타고 동사무소에서 받는 30만원을 쪼개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하지만 그는 오늘도 책을 읽는다.절망은 그가 꿈꾸는 삶의 모습이 아닌 것이다.

후원계좌는 국민은행 480001-01-158778 사단법인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희난치성환자돕기 사랑의 전화는 060-700-1369(한 통화 2000원)

글 사진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2004-08-06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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