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 강도범 시민이 잡았다

탈주 강도범 시민이 잡았다

입력 2003-12-08 00:00
수정 2003-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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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도 다 하는 일을 한 것뿐입니다.딸 키우는 입장에서 여자가 얻어맞고 있는 것을 그냥 볼 수 없어 범인을 쫓아갔을 뿐입니다.”

지난 6월부터 3개월 동안 서울 남대문·동대문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연쇄강도 행각을 벌이다 검거된 뒤 지난 3일 탈주한 박모(30)씨가 7일 다시 범행을 저지르려다 용감한 40대 시민의 손에 붙잡혔다.

●“남들도 다 그렇게 했을 것”

이날 오전 6시쯤 최용학(49)씨는 평소처럼 노원구 상계동 집에서 출근길에 나섰다.그러나 동대문시장에서 옷장사를 하는 같은 아파트 주민 김모(43·여)씨의 ‘악’ 하는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어둑어둑한 주차장 사이에서 들려왔다.새벽 장사를 마치고 귀가하던 김씨가 탈주범 박씨에게 머리와 얼굴 등을 돌에 맞아 쓰러지면서 가방을 빼앗기던 순간이었다.

최씨는 순간 박씨를 향해 몸을 날렸다.박씨도 아파트 뒤편으로 뛰기 시작했다.그러나 고교 시절 육상 선수였던 최씨를 따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결국 박씨는 사고 현장에서 30m 정도 떨어진 아파트 철조망 담에서 최씨의 손에 붙잡혔다.10여분 동안의 난투극 끝에 최씨는 탈주범을 제압하고 경찰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최씨는 박씨의 돌에 맞아 오른쪽 눈썹 부근을 7바늘 꿰매야 하는 부상을 당했다.최씨는 “탈주한 연쇄 강도범인 것을 알고 나서 ‘큰일날 뻔했구나.’라고 생각했다.”면서도 “힘 없는 여성이 당하는 것을 본 사람이라면 다들 나처럼 했을 것”이라고 겸손해했다.

21살 은행원과 20살 대학생 두 딸을 둔 최씨는 지난 97년 이전까지만 해도 용산 전자상가에서 사업을 하던 ‘사장님’이었다.그러나 외환 위기 이후 타격을 받아 건설일용직으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이근표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병원에서 치료 중인 최씨를 방문,“범인이 붙잡히지 않았다면 제2의 신창원 사건이 될 뻔했다.”면서 “시민들의 불안을 덜어주는 데 도움을 줘 고맙다.”며 용감한 시민상과 포상금 1000만원을 전달했다.

●5일로 끝난 탈주 행각

박씨는 지난 90년 17살의 나이에 특수강도 혐의로 처음 교도소에 들어가 93년 출소했다.그러나 96년 또다시 강도상해 혐의로 복역생활을 하다 지난 3월 만7년 만에 나왔다.박씨는 지난 6월부터 뒤에서 따라가다가 흉기나 돌 등으로 머리를 치고 금품을 빼앗는 ‘퍽치기’ 행각을 벌였다.3개월 동안 남대문·동대문 시장을 주무대로 무려 25차례의 범죄를 저질러 상인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지난 10월13일 강원 정선에서 검거된 뒤 성동구치소에 수감된 박씨는 3일 악성빈혈로 성남 모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교도관들의 감시 소홀을 틈타 도주,그동안 부인과 서울 종로 근처 여관과 비디오방을 전전했다.그러나 도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날 다시 범행을 저지르려다 최씨의 손에 붙잡히면서 탈주 행각은 끝났다.박씨는 경찰에서 “평소 탈주한 뒤 죽으려고 마음먹고 있던 중 병원에서 수갑이 헐겁게 채워지고 감시가 소홀해지자 도망치게 됐다.”고 밝혔다.서울 도봉경찰서는 이날 박씨를 성동구치소로 넘겼다.

이두걸 이유종기자 douzirl@
2003-12-0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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