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비자금’ 파문 / 검찰이 밝힌 돈전달 과정 “서류상자 50개 주차장서 전달”

권노갑 ‘비자금’ 파문 / 검찰이 밝힌 돈전달 과정 “서류상자 50개 주차장서 전달”

입력 2003-08-14 00:00
수정 2003-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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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밝힌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의 현대그룹 비자금 수수과정은 한편의 첩보영화를 방불케 한다.김영완씨는 지난 91년부터 권 전 고문과 깊은 관계를 맺었다.

●권노갑 김영완 정몽헌 이익치 4자 회동

김씨는 권 전 고문이 98∼99년쯤 외유에서 돌아오자 자신의 빌라를 1억원을 들여 개보수하고 권 전 고문에게 임대했다.김씨는 권 전 고문과의 이런 친분관계를 활용,99년쯤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에게 대북사업을 도와주겠다며 접근했다.그 뒤 김씨의 주선으로 권 전 고문과 정 회장은 몇차례 만났다.이들은 만나면서 4·13총선 자금 마련의 어려움과 대북사업과 현대그룹 경영위기에 대해 얘기를 나눴던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던 중 2000년 3월쯤 김씨는 서울시내 모처에서 정 회장,권 전 고문,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만남을 주선했다.권 전 고문은 이 자리에서 정 회장에게 총선자금 지원을 요청한 뒤 자리를 떴다.정 회장은 이때 200억원을 지원할 뜻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돈든 서류상자 50개를 차에 실어 전달

그 뒤 현대측은 권 전 고문에게 전달할 200억원 전액을 현금으로 마련했다.200억원이 거액임에도 수표 등이 아닌 현금으로 마련한 것은 혹시라도 들통날 경우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였다.1주일 뒤쯤 1만원권으로 3억∼4억원씩 들어 있는 서류상자가 50개 넘게 준비됐고 이 상자는 김씨에게 전달되기 시작했다.

김씨는 서울 평창동 자택에서 직접 받을 경우 돈이 누구에게 전달되는지가 현대측 운반자들에게 알려질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서울 압구정동 모 아파트 뒤편 한적한 주차장을 현대측과 만나는 장소로 정했다.때로는 올림픽대로 중간지점 한적한 이면도로를 이용하기도 했다.시간은 주로 해진 뒤 어두워졌을 때였다.김씨가 현금을 넘겨받은 장소는 김씨가 측근 오모씨를 통해 운영하고 있던 ‘맥스디앤아이’라는 회사와 불과 1㎞도 떨어져 있지 않다.검찰은 김씨가 돈상자를 일단 자신의 회사로 옮겨놓고 밤시간 등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시간대를 이용해 다시 권씨에게 전달해 그곳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줬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마약 밀매 방불

접선 과정은 마약밀매와도 비슷하게 이뤄졌다.멀리서 지켜보던 김씨가 휴대전화로 상자를 싣고 온 차량을 운전사에게 알려주면 운전사는 재빠르게 상자를 옮겨 실었다.운전사는 김씨의 자택으로 상자를 운반한 뒤 차에서 상자를 내려놓지 않고 그대로 퇴근했다.다음날 출근하면 상자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자금전달·운반·보관 과정을 각각 분리해 둔 것이다.

수십개의 상자를 운반하다 보니 동원된 차량도 승용차를 비롯,봉고와 밴까지 다양했다.승용차는 트렁크와 뒷좌석은 물론 조수석에까지 상자가 가득차 운반이 불편했다.상자의 양과 부피 때문에 봉고차량은 차체가 타이어에 닿을 정도로 내려앉았다.상자를 실은 차량을 운전한 사람은 검찰조사에서 “워낙 거액을 싣고 달리다 보니 사고라도 나서 상자가 터지면 어찌될까 걱정했다.”고 진술했다.이런 과정을 거친 뒤 정 회장은 권 전 고문으로부터 “자금을 감사히 잘 받았다.”는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검찰은 “권 전 고문으로부터 현대그룹을 잘 봐달라는 말을 들었다.”는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진술까지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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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성기자 cho1904@
2003-08-1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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