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형 칼럼] 새 야당 대표의 무게

[이경형 칼럼] 새 야당 대표의 무게

이경형 기자 기자
입력 2003-06-26 00:00
수정 2003-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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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선거인단 투표를 그제 전국적으로 실시한 데 이어 오늘은 전당대회에서 개표를 통해 새 대표를 선출한다.이번 투표는 한국 정당사상 처음으로 전국 227개 선거구별로 선거인단 22만여명을 상대로 실시됐다.당원들의 참여도 높아 당초 절반도 안 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12만 9600여명이 참가, 57%의 투표율을 나타냈다.

오늘 새 당대표를 뽑게 되면 한나라당은 작년 대선 패배 이후 6개월 만에 당의 전열을 정비하고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 임하게 된다.정치적으로 금년 전반기가 노무현 정권의 출범 정국이었다면,후반기는 누가 뭐래도 17대 총선 정국이 될 것이다.

총선 정국에서는 여야가 항상 긴장관계를 유지하게 되며,모든 이슈가 정쟁의 대상이 되기 쉬운 법이다.지금 나라 안으로는 집단이기주의의 봇물이 터져 시위와 파업이 줄을 잇고 있으며,노무현 대통령정부의 국정 운영을 둘러싸고 법과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는 비판이 팽배해 있다.나라 밖은 북한 핵문제로 남북관계가 불안정한 가운데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국제 압박전략이 계속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새로운 지도체제의 한나라당은 스스로를 겸허하게 돌아봐야 한다.먼저 작년 월드컵 이래로 온나라에 풍미하고 있는 변화의 새 바람을 과연 제대로 읽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국민의 눈에 비치는 한나라당은 진정한 보수가 아니라 오랫동안 기득권에 안주해온 ‘늙은 정당’에 불과하다.원내 제1당이라는 막강한 파워를 갖고 있으면서도 과거의 야당이 그랬듯이 정부나 집권당의 실책에서 반사 이익만을 챙긴 것은 아닌지도 자문해야 한다.

오늘 선출되는 당대표는 과거 야당 당수와는 차원이 다른 정치적 무게가 실리고 있다.비록 전권을 휘두르는 ‘제왕적 총재’는 아니지만 그 이상의 힘이 부여될 것이다.당내 풀뿌리 민주주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인 이번 경선 방식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7월부터 총선 정국이 본격화되면 정치권은 어떤 형태로든 지금과는 다른 판이 짜일 가능성이 크다.한나라당 안에서도 이미 소장 개혁파 의원들의 동요가 감지되고 있다.여당인 민주당의 신당 창당갈등이나 제3의 개혁신당의 태동 움직임도 정계 개편의 신호음으로 봐야 한다.이런 것들이 단순히 정치권 인력의 공급 과잉에서 비롯된다고 평가 절하하기 전에 이 시대가 한국정치에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곰곰 씹어봐야 한다.

당내 일부 소장 의원들이 탈당의 몸짓까지 보이는 것은 적어도 수도권 지역에선 지금의 한나라당 이미지로는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유권자들이 체감하는 한나라당은 ‘변화를 싫어하는 정당’ ‘흐르지 않는 웅덩이 같은 정당’‘국민과 스킨십이 없는 정당’으로 인식되고 있다.소장파 의원들의 불안감도 여기에서 연유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한나라당은 국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막강한 원내 제1당이지만 과연 여기에 걸맞은 정치 역량을 발휘했는지는 의문이다.국정은 입법을 통해 이뤄지며,이 과정에서 얼마든지 국민의 입장에서 국정 운영을 바로잡아 나갈 수 있다.현 정부의 정책 시행착오도 원내 다수당이 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교정할 수 있는 것이다.

무조건 장관 해임건의안이나 발의하고,대통령 탄핵 운운하는 것이 당장은 속 시원할지 모르나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책임 있는 원내 과반수 정당의 자세는 아닐 것이다.

새 야당 대표 리더십의 발휘는 한나라당의 자화상을 냉철하게 비판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그런 다음 부단히 안으로 개혁하면서 국민들이 “이제는 됐다.”고 할 때까지 국민의 삶 속으로 다가가야 한다.

논설위원실장 khlee@
2003-06-2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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