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따라잡기/ 기업연금제 노사정 갈등

이슈 따라잡기/ 기업연금제 노사정 갈등

김용수 기자 기자
입력 2003-03-20 00:00
수정 2003-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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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연금제’ 도입을 둘러싸고 정부와 노동계가 갈등을 빚고 있다.기업연금제는 근로자에게 지급될 퇴직금을 쌓아두지 않고 투신사 등 전문기관이 관리하는 별도 펀드에 적립해 퇴직 후 연금형태로 지급하는 노후보장체계의 하나다.정부는 근로자의 안정적 노후보장과 주식시장 안정을 위해 도입을 서두르겠다는 입장이다.그러나 노동계는 주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동자의 퇴직금을 쏟아붓는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주장이다.재계는 환영의 뜻을 비치고 있다.정부 부처 내에서도 도입 주체를 놓고 재정경제부와 노동부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올 상반기 입법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0일 재경부 업무보고 때 “기업연금제는 꼭 필요한 제도이므로 이해 당사자와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재경부는 이에 따라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정 경제대책협의회에서 올 상반기 안에 기업연금법을 국회에 제출하고 내년 시행을 목표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재경부가 마련한 안에 따르면 갹출금은 사용자가 전액 부담하되근로자가 원하면 자신도 추가로 낼 수 있도록 했다.또 갹출금을 미리 정하는 ‘확정갹출형’과 받을 금액을 미리 정하는 ‘확정급부형’ 중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도입 주체 싸고 정-정(政政) 갈등

이처럼 기업연금제 도입을 재경부가 서두르자 근로자 소관부처인 노동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권기홍(權奇洪) 노동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연금제 도입을 근로자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도입 자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의미도 반감될 것”이라며 “기업연금제는 근로자의 노후 소득보장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또 19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내용은 비슷하지만 이름을 ‘퇴직연금제’로 한 정부안을 상반기 중에 마련,내년 7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노동부 안은 4인 이하 사업장 및 1년 미만 단기근속 근로자까지 적용토록 돼 있는 등 내용이 보다 강화돼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노동부에서 기업연금제 도입을 준비해왔으며 노사정위원회에서도 논의를 해왔던 것”이라며 “노동자의 복지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노동부가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퇴직금으로 주식시장 부양은 말도 안돼”

노동계는 정부의 기업연금제 도입방침이 한마디로 “근로자 퇴직금을 희생해 폭락하고 있는 주식시장을 떠받치자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정부는 주식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기업연금제 도입을 언급해왔다.”면서 “이번에도 주식 및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는 와중에서 경제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비난했다.손낙구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전세계적으로 매우 불안하기 때문에 퇴직금을 증시에 쏟아붓는다는 것은 위험천만하다.”며 “설령 증시가 안정된다 해도 대기업 정규노동자들만 추가 재산형성을 위한 제도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기업연금제 도입보다는 ▲임의제도인 현행 퇴직보험제의 강화 ▲5인 미만 사업장과 비정규직에게 퇴직금제 확대 등을 주장했다.

●재계,도입에 긍정적

기업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지금까지와는 달리 거액의 퇴직적립금을 쌓아놓을 필요가 없어 자금 부담이 적어지는 데다 근로자들과의 퇴직금 마찰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한 자금 담당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퇴직금 부담이 평준화되고 자금의 계획적 관리가 용이해진다.”면서 “근로자들도 수익률에 따라 더 많은 퇴직금을 가져갈 수 있어 양쪽이 다 좋은 제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제도가 도입되면 지금까지 기업들이 퇴직적립금을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온 관행은 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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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기자 dragon@
2003-03-2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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