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봄내음

[길섶에서] 봄내음

염주영 기자 기자
입력 2003-02-10 00:00
수정 2003-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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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 봄은 동네 어귀의 개울가에서 온다.겨우내 꽁꽁 얼어붙은 얼음장 위로 매섭게 휘몰아치던 칼바람이 한풀 꺾일 때쯤이면 어느새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졸졸졸….두꺼운 얼음장 밑에서 들려오는 시냇물 소리.

남새밭가에도 봄내음은 어김없이 찾아온다.푸릇푸릇 싱그러운 봄나물들이 얼음기가 막 가신 대지 위로 불쑥불쑥 머리를 내민다.할머니는 이때쯤 남새밭가에서 씀바귀와 쑥,달래와 냉이 등 온갖 봄나물들을 한바구니 가득 캐오신다.냉이국,쑥국은 말할 것도 없고 양념장에다 참기름을 듬뿍 부어 만든 냉이무침은 묵은 김장김치에 물린 우리들의 입맛을 한결 돋워주곤 했다.

요즘은 비닐하우스 재배로 가까운 슈퍼에만 가면 신선한 나물과 채소를 사시사철 맛볼 수 있다.참 편한 세상이다.그런데 뭔가 허전하다.할머니 나물 바구니에서 풍기던 그 봄내음이 아니다.

아직 제철이 아니라서 그런가? 왠지 봄의 향기가 할머니에 대한 기억과 함께 내게서 자꾸만 멀어져 가는 느낌이 든다.그래도 봄이 기다려진다.

염주영 논설위원

2003-02-1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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