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에서 오늘의 좌표와 내일의 행로를 제대로 읽어 내지 못하는 국민에겐 미래가 없다.중동의 카타르 도하에서시작한 세계무역기구(WTO) 제4차 각료회의는 제2의 우루과이 라운드(UR)라 불리는 새협상(New Round)의 출범을 공식선언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카타르 라운드’라 명명될지,새 ‘천년 라운드(Millenium Round)’라 불릴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이 협상이 3∼4년 후면 우리나라 농업부문에 UR 때를 훨씬 능가하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노도와 폭풍’을 몰아 올 것이 예상된다.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차기 WTO 협상에 대응한 협상전략과 국내 농업구조개선을 제대로 준비·추진하고 있는가를 스스로 물어보아야 한다.김영삼 전 대통령이 아쉬워한 ‘우루과이 사태’가 또다시 되풀이 된다면,UR 이후가뜩이나 어려워진 우리 농업엔 미래가 없다.
1993년 12월15일 우루과이 협상이 끝났을 때 파이낸셜 타임스를 비롯한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를 협상에 참여한 120여개국 중 가장 불리한 결과를 얻어낸 나라군(群)으로 분류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실제 “대통령직을 걸고 쌀 개방을 막겠다”고 공약한 김 전 대통령은 취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였고,목숨을 걸고 협상에 임하겠다던 농림부 장관과 상공부 장관,총리마저 사퇴해야 했다.쌀 수입은 2004년까지 4%의 의무적인 개방을약속했고 쇠고기 등 축산물과 미국과 케언스그룹(농산물수출국 모임)의 관심사항들은 거의 100% 백기를 들어야 했다.
그나마 다음해 2월까지 ‘UR 이행계획서’를 제출할 때재수정할 수 있었던 기회마저 “협상결과는 일자 일획도고칠 수 없다”는 김 전 대통령과 당시 이회창 총리의 완강한 고집으로 알맹이를 놓치고 나중에야 부랴부랴 뒷북치는 바람에 엄청나게 국익을 손상당하는 피해를 두고두고감당해야 했다.그로 인해 이 총리 역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최단명으로 물러나는 계기가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UR 협상 7년동안 경제기획원,외무부,농림부,상공부 등의 관련부처 주무 국과장은 평균 1년 안에바뀌어 도대체 누가 협상을 하는지 연속성과 전문성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UR 협상 내용에 관한 언론의 무지는 한심한 수준이었다.정치권,특히 국회도 싸움만 하느라 협상의 전개와그 파장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가 함께 당하고 만 참담한 모습이었다.
대기업들은 우물안 개구리와 같은 일부 경제학자들을 앞세워 ‘비교우위성이 적은 쌀과 농산물시장을 내어주면 공산품과 서비스 부문의 협상조건이 유리해질 것’이라고 공언하는 어처구니 없는 무지를 만천하에 드러냈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정부는 대통령 직속으로‘농어촌발전위원회’를 한시적으로 운영,42조원 농업구조개선사업 조기 달성과 농어촌특별세 15조원 신규 투자계획을 발표했다.이 조치들을 WTO에 가입(1995)하면서야 졸속으로 추진하는 바람에 외국농산물이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와 국제수지 적자가 IMF파동의 가장 큰 원인이 되었고,농민들에게는 고스란히 막대한 부채로 이전되었다.
새 정부 들어서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를 흉내내어 외교통상부에 통상교섭본부를 두고 각 부처의 국제통상 협상권을 몰아주었다.과연 잘한 일인지,그에 대한 평가는 이번WTO 새협상을 치러보면 결과가 대답해 줄 것이다.다만 교섭본부 역시 지난 3년동안 순환보직제 멍에에서 벗어나지못해 담당자가 자주 바뀌고 있어 과연 협상전문성을 제대로 축적하고 있는지 의심된다.
대저 “국제통상협상이란 말이 좋아 다국적 초국경 기업들(TNCs)의 로비장(場)이지 국제 장사꾼들이 국회의원과정부 관료들을 앞세워 협상테이블을 만들고 이권 흥정과힘자랑하는 곳이라고 인식하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라는미국 통상전문변호사 워렌의 충고를 지금 WTO 각료회의에나가 있는 우리나라 협상대표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김성훈 중앙대교수·산업경제학
‘카타르 라운드’라 명명될지,새 ‘천년 라운드(Millenium Round)’라 불릴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이 협상이 3∼4년 후면 우리나라 농업부문에 UR 때를 훨씬 능가하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노도와 폭풍’을 몰아 올 것이 예상된다.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차기 WTO 협상에 대응한 협상전략과 국내 농업구조개선을 제대로 준비·추진하고 있는가를 스스로 물어보아야 한다.김영삼 전 대통령이 아쉬워한 ‘우루과이 사태’가 또다시 되풀이 된다면,UR 이후가뜩이나 어려워진 우리 농업엔 미래가 없다.
1993년 12월15일 우루과이 협상이 끝났을 때 파이낸셜 타임스를 비롯한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를 협상에 참여한 120여개국 중 가장 불리한 결과를 얻어낸 나라군(群)으로 분류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실제 “대통령직을 걸고 쌀 개방을 막겠다”고 공약한 김 전 대통령은 취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였고,목숨을 걸고 협상에 임하겠다던 농림부 장관과 상공부 장관,총리마저 사퇴해야 했다.쌀 수입은 2004년까지 4%의 의무적인 개방을약속했고 쇠고기 등 축산물과 미국과 케언스그룹(농산물수출국 모임)의 관심사항들은 거의 100% 백기를 들어야 했다.
그나마 다음해 2월까지 ‘UR 이행계획서’를 제출할 때재수정할 수 있었던 기회마저 “협상결과는 일자 일획도고칠 수 없다”는 김 전 대통령과 당시 이회창 총리의 완강한 고집으로 알맹이를 놓치고 나중에야 부랴부랴 뒷북치는 바람에 엄청나게 국익을 손상당하는 피해를 두고두고감당해야 했다.그로 인해 이 총리 역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최단명으로 물러나는 계기가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UR 협상 7년동안 경제기획원,외무부,농림부,상공부 등의 관련부처 주무 국과장은 평균 1년 안에바뀌어 도대체 누가 협상을 하는지 연속성과 전문성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UR 협상 내용에 관한 언론의 무지는 한심한 수준이었다.정치권,특히 국회도 싸움만 하느라 협상의 전개와그 파장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가 함께 당하고 만 참담한 모습이었다.
대기업들은 우물안 개구리와 같은 일부 경제학자들을 앞세워 ‘비교우위성이 적은 쌀과 농산물시장을 내어주면 공산품과 서비스 부문의 협상조건이 유리해질 것’이라고 공언하는 어처구니 없는 무지를 만천하에 드러냈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정부는 대통령 직속으로‘농어촌발전위원회’를 한시적으로 운영,42조원 농업구조개선사업 조기 달성과 농어촌특별세 15조원 신규 투자계획을 발표했다.이 조치들을 WTO에 가입(1995)하면서야 졸속으로 추진하는 바람에 외국농산물이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와 국제수지 적자가 IMF파동의 가장 큰 원인이 되었고,농민들에게는 고스란히 막대한 부채로 이전되었다.
새 정부 들어서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를 흉내내어 외교통상부에 통상교섭본부를 두고 각 부처의 국제통상 협상권을 몰아주었다.과연 잘한 일인지,그에 대한 평가는 이번WTO 새협상을 치러보면 결과가 대답해 줄 것이다.다만 교섭본부 역시 지난 3년동안 순환보직제 멍에에서 벗어나지못해 담당자가 자주 바뀌고 있어 과연 협상전문성을 제대로 축적하고 있는지 의심된다.
대저 “국제통상협상이란 말이 좋아 다국적 초국경 기업들(TNCs)의 로비장(場)이지 국제 장사꾼들이 국회의원과정부 관료들을 앞세워 협상테이블을 만들고 이권 흥정과힘자랑하는 곳이라고 인식하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라는미국 통상전문변호사 워렌의 충고를 지금 WTO 각료회의에나가 있는 우리나라 협상대표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김성훈 중앙대교수·산업경제학
2001-11-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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