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언제나 새로운 시작

[대한광장] 언제나 새로운 시작

성전 기자 기자
입력 2001-01-03 00:00
수정 2001-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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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렸다. 청청한 소나무 위에 흰 눈은 내려 꽃을 피웠다.아름답다.하얀 순결함으로 숨죽인 산사는 시작의 의미를 일깨워 주고 있다.

머물러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밤이 지나면 새벽이 오듯이 모든것은 변화의 물결을 따라 사라져 간다.어제는 흘러갔고 오늘은 이렇게 고요한 신새벽으로 다가오고 있다. 흘러가지 못하는 것은 어제에집착하는 우리의 마음뿐이다.

집착은 마음의 그림자이고 환(幻)이다.거짓된 마음의 그림자에 구속된 사람은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을 발견하지 못한다.

신새벽,눈내린 산사의 아름다움은 마음이 자유로운 자의 것이다.마음이 구속된 자는 눈 내린 새벽 산사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없다.마음에 집착의 응어리가 있는 사람은 언제나 과거를 기웃거릴 뿐이다.

우리네 인생은 파도치는 바다와 같다.어느 한순간도 고요한 안위를약속하지 않는다.인생은,거칠게 파도 치는 바다를 당당하게 헤쳐 나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러운 것이다.이 고해(苦海)의 세계에서 누군들 어렵고 힘들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누군들한때 좌절의 길목을 서성이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그것을 능히 참고견디어 나간다는 사실은 얼마나 큰 용기와 지혜의 행위인가.세상이아름다운 것은 이렇게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 당당히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아름다운 것은 높은 지위나 많은 부에 있지 않다.그것은 순간순간을 언제나 시작의 의미로 받아들일 줄 아는 지혜와 용기에 있다.언제나 새로운 시작으로 시간을 맞이하는 사람에게 좌절이란 덧없다.과거는 이미 흘러가 버렸고,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시간의 의미에 충실한 사람은 진정 시간을 아름답게 가꾸는 사람이다.우리는얼마나 부질없이 시간을 학대하는가.이미 흘러가 버린 과거에 매달려새로운 가능성으로 다가선 현재를 상실한 적은 그 얼마였던가.

살아가면서 어려움이 없기를 기대하는 것은 부질없다.아무 것도 약속된 것이 없는 우리의 시간 속에는 언제나 어려움이 도사려 있다.노력하지 않으면 그 어려움은 언제나 높은 파도가 되어 나타난다.마음을 잘 지키지 못하면 우리는 그 파고에 넋을 잃고 표류하게 될 것이다.그러나 마음을 잘 지키어 낼 수 있다면 그 파고 위에서도 새로운시작을 꿈꿀 수 있다.

살아가면서 가장 슬픈 것은 마음을 잃는 것이다. 비록 소유한 모든것을 다 잃는다 해도 희망을 향한 마음을 지닐 수 있다면 그는 아무것도 잃지 않은 사람으로 남을 수 있다.그것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가능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사람에게 상실과소유는 별개의 것이 아니다.상실이 소유가 되고 소유가 상실이 되는자유로움을 그는 이미 지녔기 때문이다.그것은 지워지지 않는 영원한재산이다. 어떠한 두려움 앞에서도,어떠한 시련 앞에서도 그것은 새로운 길을 약속한다.

절은 길이 끝난 곳에 자리하고 있다. 출가사문은 길이 끝난 곳에서새로운 길을 찾는 사람들이다.새로운 길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끝 없는 발원과 희망의 다짐 없이는 결코 새로운 길을 만날 수 없다.백척간두에서 진일보하고자 하는 용기가 없다면 길을 찾겠다는 염원은 그저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새벽에 일어나 파르라니 깎은 머리를 만지며 언제나 시작처럼길을찾겠다고 다짐한다.길 없는 길 위에서 되뇌이는 그 다짐이 행복한 것은 마음 속에 언제나 희망과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우리 모두는 어둠과 같은 한해를 보냈다.그러나 새롭게 떠오르는 신사년의 태양은 그빛으로 찬란하다.그것은 언제나 시작의 의미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눈을 감자.눈을 감고 마음의 눈으로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 보자.아직 과거의 상처와 좌절이 마음에 남아 있다면 모두 버리도록 하자.마음에 좌절과 회의가 남아 있을 때 시간은 언제나 과거로 머무르지만,마음에 희망과 확신이 있을 때 시간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 된다는것을 온 마음으로 깨달으며 새해의 태양을 향해 힘차게 길을 떠나자.

성전스님 조계종 옥천암 주지
2001-01-0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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