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분단국가주의 청산해야

[특별기고] 분단국가주의 청산해야

강만길 기자 기자
입력 1999-12-07 00:00
수정 1999-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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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를 두고 우리의 20세기를 되돌아보면 명암이 엇갈린 세기였다고 할 수밖에 없다.그 전반기에는 3·1운동때와 같이 양반 상놈 등 신분을 넘어항일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전체 민족구성원이 총동원하여 저항했으며,그 때문에 여기에서 근대적 의미의 민족이 비로소 형성되었다고 보는 경우도 있다.그런데도 그 후반기에는 일제의 강제지배에서 벗어나면서 민족사회가남북으로 분단되었고 6·25전쟁을 겪음으로써 서로 ‘원수’가 되었다.

이후 7·4 공동성명을 시점으로 하여 남북한 정권당국자들이 전쟁으로 쌓인 원한을 해소하고 평화롭게 통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고 남북합의서가 교환되는 단계에까지 가기도 했다.그러나 전체 민족사회의 이익보다 분단국가 차원의 이익을 앞세운 결과 더 이상의 진전은 어려웠다.

휴전선을 경계로 실존하는 두 개의 국가를 평화적으로 하나로 만들어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무력이나 흡수 방법이 아닌 통일을 위해서는 먼저반세기 동안 강조된 분단국가주의를 청산하고 통일민족주의 차원의 평화통일론이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통일민족주의 차원의 평화통일론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남북 쌍방이 상대방 정권을 무력으로는 말할 것 없고 경제력에 의해서도 무너뜨리지 않을 것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만약 어느 한쪽이 무너지려는경우 다른 한쪽이 막아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상당한 기간 남북 두 정부와체제가 공존하는 것을 서로 인정하고 보장해야 하며,1국가 1정부 1체제로 되어가는 완전 통일과정은 반드시 협상과 타협에 의해,또 대등한 처지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0세기 전반기 일본의 강제지배 아래서 비로소 근대적 민족의식이 형성되었고 그것이 민족해방운동의 이데올로기가 되었다면,20세기 후반기는 분단국가 권력에 의해 남북 사이의 대결의식이 강화된 반면 한반도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민족의식이 실종되다시피 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불온하게 본 시기이기도 했다.

20세기를 마지막 넘기는 과정에서 최초로 여야 사이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면서 옳은 의미의 평화통일정책,즉 협상·타협·대등 통일정책이 어느 정도정착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특정 정권에 의한 통일정책의 진전은 후속 정권의 성격에 따라 얼마든지 후퇴할 수도 있다.

문제는 전체 국민의 대북 인식이 대결인식에서 화해인식으로 바뀌고 그것을바탕으로 하여 평화통일론이 정착되어야 하는 점에 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20세기 전반기가 근대적 민족의식이 형성되고 정착되어간 시기였다면,그 후반기는 분단국가주의를 넘어서는 민족의식이 설 땅을 잃어버린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이제 21세기로 들어서면서 분단국가주의를 청산하고 남북 주민 전체를 같은 민족구성원으로 인식하면서 그 공동의 번영과 발전을 과제로 삼는 통일민족주의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분단국가주의가 통일민족주의인 것처럼 꾸미거나 분단국가주의를 넘어서는통일민족주의 자체를 불온시하면서 정권을 유지하던 시대는 이제 지나가고있다.

21세기에는 역사의 발전에 따라 20세기보다 국가권력이 약해지고 대신 개인의 인권이 한층 더 강화되는 세기로 될 것이며,그에 따라 한반도의 경우 분단국가주의를 극복하고 통일민족주의를 되살려서 협상·타협·대등의 통일을 이루는 시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姜萬吉 고려대 명예교수
1999-12-0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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